시장변화 대응 늦으면 '게임 끝'…MS·구글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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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Study 애자일 경영 (1)
기획·설계·개발·테스트 등
순차적으로 하는 워터폴 방식
과거엔 성공했지만 지금은 아냐
기획·설계·개발·테스트 등
순차적으로 하는 워터폴 방식
과거엔 성공했지만 지금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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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파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네덜란드 ING은행, H&M, 자라, 유니클로 등 해외 유수 기업은 애자일을 도입해 큰 효과를 봤다. 국내에서도 카카오, 오렌지라이프, 쿠팡, 삼성SDS, NBT, 드라마앤컴퍼니 등이 애자일을 도입해 효과를 보고 있다. 최근엔 국내 4대 그룹도 애자일을 도입하고 있고,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애자일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지점 없이 24시간 운영하는 인터넷은행이 등장하는 등 업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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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변화의 움직임이 싹텄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17명이 애자일연합을 결성해 좀 더 빠르고 유연한 개발 방식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상호작용’ ‘소프트웨어 중시’ ‘고객과의 협력’ ‘변화 대응’ 등을 담은 애자일 선언이 이때 발표됐다. 정해진 계획을 따르기보다 개발 주기나 소프트웨어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게 핵심이다. 특히 실리콘밸리 기업이 애자일 방식으로 조직문화 자체를 바꿨다. 애자일을 기반으로 끊임없는 시행착오와 각종 버그 수정을 통한 업데이트로 더 나은 서비스를 내놓는 게 핵심이다.
웹 브라우저 시장의 80%를 넷스케이프가 점유하고 있던 19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는 절치부심하다 인터넷익스플로러(IE3) 개발을 위해 전사적으로 긴급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1995년 12월 7일 첫 번째 요구사항 리스트가 개발자에게 제공된 뒤 이듬해 3월 제품 아키텍처의 첫 베이스라인이 제시됐다. 같은 달 말에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체 요구사항의 30% 정도가 개발된 통합빌드 알파가 공개됐다. 이후 사용자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며 시스템 환경 변화에 아키텍처를 지속적으로 진화시키기 위한 통합테스트가 매일 수행됐다.
워터폴은 요구 분석부터 기획, 개발, 테스트, 출시까지 폭포가 떨어지는 식으로 순차적인 단계를 밟아 이뤄지는 전통적인 개발 방법론이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제품생산의 표준으로 자리잡은 이 방식은 자동차, 선박 등 기존 굴뚝산업에 최적화된 생산 방법이다. 문제는 요구분석, 기획 단계에서 계획했던 것들이 고객 요구를 100% 충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성 시대에는 고객이 초반에 요구사항을 다 이야기하기 어렵고, 또 이야기한다 하더라도 자주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애자일이 등장한다. 좀 더 작은 단위로 개발해 해당 부분을 고객에게 선보이고 피드백을 빠르게 받아 수정이나 이슈 처리에 기민한 대응을 하자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가 한류를 이끌고 있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30부작 드라마라면, 한번에 다 찍지 않고 5회 정도씩 나눠 찍으면서 시청자 반응을 모니터링하고 다음 스토리의 방향성을 정한다. 시청자가 빨려들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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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 업계를 넘어 경영학계, 재계에서 애자일이 환영받는 이유다.
이재형 < 피플앤비즈니스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