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겪는 실패에 대한 이야기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설집 '소년이로' 펴낸 편혜영
“일이 뜻대로 안 되거나 나쁜 운을 만나 실패했을 때 분주히 걸어온 삶에서 떨어져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제 인생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죠.”
소설가 편혜영(47·사진)은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각자 질문을 던진 이유도 모두 ‘삶의 실패’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년이로》에는 201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소년이로’와 2017년 7월 미국 문학잡지 ‘뉴요커’에 실린 ‘식물애호’ 등 단편 8편이 실렸다. 출간 전 작가가 구상했던 원제가 ‘우리들의 실패’였을 만큼 각 단편은 지금 이 시대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제작인 ‘소년이로’에선 삶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두 소년이 갑작스러운 실패와 상실을 통해 당황하고 결국 무너진다. 이들은 “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고통을 겪는 거냐”고 질문한다. 작가는 “미성숙한 두 소년이 어떤 상실을 겪으며 유년시절과 결별하는 작품으로 상실감, 자괴감, 어리석음 같은 감정이 뒤섞여 있다”며 “다른 작품들에도 비슷한 감정이 흩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애호’는 2017년 미국 셜리잭슨 상을 받은 그의 장편소설 《홀》의 원작이다.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 오기의 장모는 마당에 큰 ‘홀’(구덩이)을 판다. 하지만 왜 파는지, 어떻게 쓸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굉장한 긴장감과 몰입감이 느껴진다. 편 작가는 “구덩이의 정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서 오히려 독자들이 여러 궁리를 하며 읽는 것 같다”며 “끝나고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느낌 때문에 결국 《홀》이라는 장편으로 확장해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준비하며 “단편소설 쓰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단편소설의 매력은 뭘까. “장편을 쓸 땐 지도를 보며 모르는 세계를 찾아가는 느낌이죠. 반면 단편은 한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사물을 천천히 바라보는 기분으로 씁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어서 완성하고 나면 왠지 소설 속 대상과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소설가 편혜영(47·사진)은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펴낸 소설집 《소년이로》(문학과지성사)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각자 질문을 던진 이유도 모두 ‘삶의 실패’에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소년이로》에는 201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인 ‘소년이로’와 2017년 7월 미국 문학잡지 ‘뉴요커’에 실린 ‘식물애호’ 등 단편 8편이 실렸다. 출간 전 작가가 구상했던 원제가 ‘우리들의 실패’였을 만큼 각 단편은 지금 이 시대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한다.
표제작인 ‘소년이로’에선 삶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두 소년이 갑작스러운 실패와 상실을 통해 당황하고 결국 무너진다. 이들은 “대체 누구의 잘못으로 이런 고통을 겪는 거냐”고 질문한다. 작가는 “미성숙한 두 소년이 어떤 상실을 겪으며 유년시절과 결별하는 작품으로 상실감, 자괴감, 어리석음 같은 감정이 뒤섞여 있다”며 “다른 작품들에도 비슷한 감정이 흩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식물애호’는 2017년 미국 셜리잭슨 상을 받은 그의 장편소설 《홀》의 원작이다. 작품 후반부에 주인공 오기의 장모는 마당에 큰 ‘홀’(구덩이)을 판다. 하지만 왜 파는지, 어떻게 쓸지는 나오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굉장한 긴장감과 몰입감이 느껴진다. 편 작가는 “구덩이의 정체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서 오히려 독자들이 여러 궁리를 하며 읽는 것 같다”며 “끝나고도 이야기가 계속되는 느낌 때문에 결국 《홀》이라는 장편으로 확장해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편 작가는 이번 소설집을 준비하며 “단편소설 쓰는 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다시 알게 됐다”고 했다. 단편소설의 매력은 뭘까. “장편을 쓸 땐 지도를 보며 모르는 세계를 찾아가는 느낌이죠. 반면 단편은 한자리에 느긋하게 앉아 사물을 천천히 바라보는 기분으로 씁니다.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이어서 완성하고 나면 왠지 소설 속 대상과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