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김환기·유영국·천경자…거장들 판화·아트상품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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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갤러리, 가정의 달 특별전
촉촉한 눈망울과 서늘한 눈빛, 빨간 입술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물결처럼 번진다. 두 손에 끌어안은 꽃다발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입가에 감도는 옅은 미소는 애써 고독함을 잊고자 하는 여인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고독에 싸인 한 여인의 침묵을 담아낸 고(故) 천경자 화백의 1981년 작 ‘꽃을 든 여인’이다.
천 화백을 비롯해 박수근 김환기 이대원 유영국 장욱진 정상화 김창열 이우환 이왈종 황규백 등 한국 화단을 빛낸 거장들의 다양한 판화 작품을 한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다음달 27일까지 여는 ‘한국 현대미술 거장들의 판화전’이다.
‘미술, 봄을 품다’를 부제로 붙인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생전에 직접 제작에 참여해 친필로 사인한 ‘오리지널 판화’부터 작가 사후에 유족이나 재단이 만든 ‘사후 판화’, 원화를 복제한 뒤 사인을 한 ‘오프셋 판화’까지 40여 점이 걸렸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평가받는 유명 화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판화를 보면서 작품 시장성과 원본·사본의 관계 등을 조명해볼 수 있다.
판매가는 점당 25만원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족들의 감성 에너지를 북돋워주기 위해 거실을 비롯해 안방, 화장실, 부엌, 서재 등에 어울리는 그림을 큐레이터가 추천해준다. 부모나 연인, 스승, 지인 등에게 온정의 표시로 ‘문화’를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출품작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미학적 감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천 화백의 작품은 ‘꽃을 든 여인’ 외에도 여러 점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콜롬비아 영화 ‘황금의 비’ 주제곡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과 몽환적인 여인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화려한 색채로 버무린 고독과 애틋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블루칩’ 작가 김환기의 판화도 여러 점 나왔다. 1973년에 제작한 점화 ‘10만개의 점(04-Ⅵ-73 #316)’은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해 고국의 그리움을 녹여낸 작품이다. ‘환기 블루’로 불리는 짙은 푸른색이 돋보인다.
서양화 1세대 작가 장욱진의 옵셋 판화도 걸렸다. 단조로운 색과 선, 면으로 이야기의 편린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작품들에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표방한 붓질의 순수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한평생 ‘꽃비’처럼 살다간 한국 화단의 거목 이대원의 판화 ‘농원’과 ‘사과나무’도 관람객을 반긴다. 생명이 움트는 들판, 풍요로운 과수원을 특유의 점묘법으로 그린 출품작들의 아름다운 점과 색이 경쾌한 왈츠처럼 리듬을 타고 화폭을 적셔 들어간다.
현대판 풍속화로 유명한 이왈종의 작품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도 눈길을 붙잡는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의 경지를 화폭에 쏟아낸 작품들이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화강암 같은 질감이 두드러지는 작품, ‘산의 화가’로 유명한 유영국 화백의 색면추상화, 단색화 거장 정상화의 작품,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잡아낸 김창열의 그림, ‘설악산 작가’ 김종학의 작품 등도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풋풋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미술, 봄을 품다’를 부제로 붙인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생전에 직접 제작에 참여해 친필로 사인한 ‘오리지널 판화’부터 작가 사후에 유족이나 재단이 만든 ‘사후 판화’, 원화를 복제한 뒤 사인을 한 ‘오프셋 판화’까지 40여 점이 걸렸다.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평가받는 유명 화가들의 다양한 형태의 판화를 보면서 작품 시장성과 원본·사본의 관계 등을 조명해볼 수 있다.
판매가는 점당 25만원부터 30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가족들의 감성 에너지를 북돋워주기 위해 거실을 비롯해 안방, 화장실, 부엌, 서재 등에 어울리는 그림을 큐레이터가 추천해준다. 부모나 연인, 스승, 지인 등에게 온정의 표시로 ‘문화’를 선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출품작은 한국 근현대미술 거장들의 미학적 감성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천 화백의 작품은 ‘꽃을 든 여인’ 외에도 여러 점을 판화로 만날 수 있다. 콜롬비아 영화 ‘황금의 비’ 주제곡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과 몽환적인 여인이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화려한 색채로 버무린 고독과 애틋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
한국 미술시장의 ‘블루칩’ 작가 김환기의 판화도 여러 점 나왔다. 1973년에 제작한 점화 ‘10만개의 점(04-Ⅵ-73 #316)’은 동양의 직관과 서양의 논리를 결합해 고국의 그리움을 녹여낸 작품이다. ‘환기 블루’로 불리는 짙은 푸른색이 돋보인다.
서양화 1세대 작가 장욱진의 옵셋 판화도 걸렸다. 단조로운 색과 선, 면으로 이야기의 편린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작품들에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표방한 붓질의 순수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준다. 한평생 ‘꽃비’처럼 살다간 한국 화단의 거목 이대원의 판화 ‘농원’과 ‘사과나무’도 관람객을 반긴다. 생명이 움트는 들판, 풍요로운 과수원을 특유의 점묘법으로 그린 출품작들의 아름다운 점과 색이 경쾌한 왈츠처럼 리듬을 타고 화폭을 적셔 들어간다.
현대판 풍속화로 유명한 이왈종의 작품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도 눈길을 붙잡는다.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중도(中道)의 경지를 화폭에 쏟아낸 작품들이다. 국민화가 박수근의 화강암 같은 질감이 두드러지는 작품, ‘산의 화가’로 유명한 유영국 화백의 색면추상화, 단색화 거장 정상화의 작품,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을 극사실적으로 잡아낸 김창열의 그림, ‘설악산 작가’ 김종학의 작품 등도 꿈틀거리는 생명력과 풋풋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