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과 공익위원들이 전원 사퇴하기로 했다. 내년 최저임금 고시일(8월 5일)을 석 달도 채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 과정의 핵심 역할을 맡는 공익위원이 공석이 됨에 따라 최저임금 심의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 3월 사퇴 의사를 밝힌 이후 기회가 될 때마다 공식, 비공식적으로 사퇴한다고 말해왔고, 이는 그대로 유효하다”며 “위원장직은 물론 공익위원에서도 물러난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공익위원 7명도 모두 동반사퇴하기로 했다”며 “정부에서도 (새 공익위원 선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위원장 포함) 각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공익위원 중 정부 당연직인 상임위원을 제외한 8명이 사퇴를 공식화했지만 당장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법(14조)은 ‘위원 임기가 끝났더라도 후임자가 임명되거나 위촉될 때까지 계속하여 직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다만 이들 공익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힌 만큼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새 위원이 선임될 때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현행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법 개정을 통해 자연스러운 공익위원 교체를 기대했던 고용노동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익위원은 고용부 장관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고용부는 지난달 선거법 개정안 등에 대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등으로 국회 파행이 계속되자 법 개정 무산 사태에 대비해 실무 차원의 새 공익위원 물색 작업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공익위원 위촉에 3주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최저임금 심의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고용부가 즉각 새 공익위원 선정 절차를 밟는다 해도 첫 전원회의는 내달 초에나 가능하다는 얘기다. 청와대의 신원조회 등 임명 절차에 변수가 생기면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공익위원 총사퇴 선언에 노동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것은 공익위원들에게 사실상 권한정지 통보를 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비난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오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향후 계획 등 정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