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신협과 새마을금고의 부동산 집단대출에 고강도 규제를 도입한다. 연체율이 높아질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제2금융권의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밀착 관리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상호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2금융권 가계·개인사업자대출 관계기관 협의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전년 대비)을 ‘5%대’로 묶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제2금융권 대출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협·새마을금고 집단대출 죈다

신협·새마을금고 아파트 집단대출 '고강도 규제'
집단대출은 새 아파트를 분양할 때 개인별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중도금, 이주비, 잔금 등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이다. 정부는 최근 집단대출 규모가 급증한 신협에 다른 상호금융권보다 엄격한 관리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예대율(예금잔액 대비 대출금잔액 비율) 80~100%를 충족하지 못한 조합에는 집단대출 취급을 금지하기로 했다. 또 한 사업장에 최대 500억원까지만 빌려줄 수 있도록 취급 한도를 신설했다.

그동안 집단대출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켰던 새마을금고에는 영업 재개를 허용하되 깐깐한 전제조건을 달았다. 전체 대출에서 집단대출 비중을 현재 수준(지난달 말 기준 7.4%) 이내로 유지하도록 했다. 신협과 똑같은 취급기준이 새마을금고에도 적용돼 집단대출을 크게 늘리긴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는 집단대출과 관련해 상시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금융감독원과 상호금융권 중앙회가 분기마다 집단대출 현황을 파악해 이상징후가 보이면 규제 강화, 취급 제한 등의 조치에 나선다. 금융위는 “주택·건설시장 상황 등이 제2금융권의 건전성에 영향을 줘선 안 된다”며 “오는 6월 제2금융권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지표 도입 등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자영업 대출 연체율 집중 모니터링

신협·새마을금고 아파트 집단대출 '고강도 규제'
정부는 제2금융권의 자영업 대출에 대한 관리 강도도 높이기로 했다. 지난해 제2금융권의 자영업 대출은 전년 대비 29.9% 늘었고, 부동산·임대업으로의 편중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체율은 1%대로 아직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상호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상승 추세여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금융위는 지적했다.

제2금융권 업체마다 자영업 대출과 부동산·임대업 대출에 대해 스스로 취급 한도를 설정하도록 하고, 정부는 준수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상호금융조합과 저축은행 등의 자영업 대출 연체율은 집중 모니터링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필요하면 경영진을 불러 면담하는 등 부실 방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저축은행과 여신전문업권에는 주택담보대출 분할상환 목표비율이 새로 도입된다. 저축은행은 내년 말까지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분할상환이 차지하는 비중을 43%로 맞춰야 한다. 여신전문회사는 올해 말까지 10%, 내년 말까지 15%, 2021년 말까지 20%로 정해졌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상호금융, 저축은행, 여전업 등 제2금융권은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이기도 하다”며 “대출 취급 실태를 주기적으로 살피고 잠재 부실요인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