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적인 자원 관리
철저한 조직 운영
강력한 리더십
과감한 투자 결정
엄격한 임금 체계
토트넘 구단 경영자 대니얼 레비 회장은 ‘짠물 경영’으로 유명하다. 그만큼 프로 구단의 중요한 자원인 선수단을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토트넘의 선수 관리 철학을 주식에 비유하자면 ‘옐로칩을 싸게 산 뒤 비싸게 파는 것’이다. 유망주를 저렴한 이적료에 영입하거나 자체적으로 육성한다. 그리고 선수에게 다양한 기회를 줘 성장시킨다. 선수가 다른 축구팀의 주목을 받아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비싼 이적료’를 받고 넘긴다. ‘선수 장사를 한다’고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지켜온 철학이다. 2007년 194억원에 영입한 팀의 간판 선수 가레스 베일을 2013년 스페인 명문 레알마드리드에 1333억원에 판 건 토트넘의 수완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런 식으로 얻은 이익은 유망주 육성에 쓴다.
토트넘은 ‘엄격한 임금(주급) 체계’로도 유명하다. 선수들의 ‘임금 상한선’을 정해놓고 구단을 경영한다. 현재 토트넘의 간판 선수인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주전 공격수 해리 케인이 작년 재계약을 통해 대폭 올려 받은 주급도 3억원 수준이다. 아스널, 첼시 등 라이벌팀 에이스 선수보다 30% 정도 적다. 선수가 불만을 보이면 토트넘은 큰 미련 없이 다른 구단에 넘긴다.
조직 리더엔 전폭적 신뢰 보내
선수들의 돈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는 건 ‘조직 문화’다. 확실한 리더를 세우고 신뢰를 보내는 점은 성공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대표 사례다. 토트넘 경영진은 2014년 영입한 포체티노 감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안팎에서 “5년 동안 우승컵을 든 적이 없다”는 비판이 나와도 흔들리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스타 선수들을 완벽하게 장악했다.
조직 관리도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수단 분위기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좋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토트넘 경기에선 특정 선수가 치명적인 실수를 해도 서로 비난하는 광경을 좀처럼 볼 수 없다. 20대 초반부터 함께 성장하며 팀워크를 다졌기 때문이다.
토트넘 경영진도 투자 결단이 필요할 땐 주저하지 않는다. 지난 3월 개장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 건축에 10억파운드(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한 게 대표적이다. “선수엔 투자하지 않고 돈벌이에 혈안이 돼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지만 토트넘은 신축을 결정했다. 최근 여론은 ‘경영진이 옳았다’는 쪽으로 기운다. 선수들도 새 경기장이 완공되자 팀에 더 충성심을 보이고 있다.
경영진은 새 구장을 지을 때 ‘부가 수익’도 염두에 뒀다. 이 경기장은 천연 잔디 밑에 인조 잔디를 깔았다. 인조 잔디에서 열리는 미국풋볼리그(NFL) 런던 경기를 매년 유치하기 위한 구단의 전략이다. 작년 프리미어리그 순이익 1위
토트넘 경영진은 팀을 ‘빅 클럽’의 길로 이끌고 있다. 토트넘의 2017회계연도(2017년 7월~2018년 6월) 순이익은 1733억원으로 프리미어리그 1위를 차지했다. 전망도 긍정적이다. 내년에도 많은 관중수입과 중계권료를 받을 수 있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사실상 확정됐다.
토트넘의 가치 상승에 국내 대기업들이 메인 스폰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삼성은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런던 연고 축구팀 첼시의 메인 스폰서였다. LG 또한 손흥민이 몸담았던 독일 축구팀 레버쿠젠을 후원했다.
김용만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토트넘 홋스퍼의 성공은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추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