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포용적 성장’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경제성장 및 혁신성장 정책 병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국내외 석학들의 지적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콘퍼런스에서다.
9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부터),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조너선 오스트리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 등 참석자들이 개회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서울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국제 콘퍼런스에서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오른쪽부터),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조너선 오스트리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국 부국장, 장세진 인하대 명예교수 등 참석자들이 개회사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정부의 포용적 성장이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지난 2년간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정책에만 집중하느라 혁신성장 정책을 등한시한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복지 확대 등 포용적 성장 정책에 드는 재원을 마련하려면 경제가 성장해야 하는데, 경제 성장의 주역인 기업을 정부가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낙수효과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이를 보완해 포용적 성장의 추진 동력으로 삼으면 되는데 정부가 기업 역할과 낙수효과 자체를 부정했다”고 꼬집었다.

장 위원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에 완전히 밀리면 포용적 성장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기업을 지원해주고 혁신을 자신있게 주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게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이어 발표자로 나선 빈센트 코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분석실장은 “올해도 한국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고령화와 낮은 노동생산성 등 구조적 문제, 정부의 ‘규제 리스크’를 이유로 꼽았다.

그는 “한국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 포용적 성장을 추구하려면 네거티브 규제를 전격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 정부가 혁신 제품·서비스에 대해 일정 기간, 일정 지역 내에서 규제를 면제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지나친 중소기업 보호도 문제로 꼽았다. 그는 “정부가 한계기업의 자연스러운 퇴출을 막아 ‘좀비 중소기업’을 양산하고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