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브랜드로 유명한 우아한형제들이 무인이송 로봇과 관련한 법 규정이 없어 도로 실험은 엄두도 못 낸다는 보도(한경 5월 9일자 A5면)는 신기술 실험을 가로막는 답답한 현실을 또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엔지니어들이 도로교통법을 적용받지 않는 사유지를 찾아다니는 게 일과라고 하니 안타깝기만 하다.

무인이송 로봇처럼 관련 규정이 없어 꽉 막혀 있기는 원격 제어가 가능한 중장비 로봇도 마찬가지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운전자 건설기계 면허제도, 건설기계 안전규정 등을 통째로 손봐야 한다는 마당이다. 한국은 ‘로봇 사용 대국’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첨단기술을 활용한 로봇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기업들이 실험조차 맘대로 할 수 없는 지경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배달로봇의 공공도로 실험을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년간 기술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증특례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심사위원회가 이런저런 조건을 붙이면서 테스트조차 제대로 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는 게 지금의 규제 샌드박스다. 더구나 현행 규제 샌드박스는 앞날을 장담하기 어려운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1회에 한해 2년 더 연장해 테스트할 수 있지만 그 사이 법령을 반드시 정비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법령 정비가 늦어질 경우 임시허가 시장 출시도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정식허가 시장 출시에 비할 바 아니다.

택시업계의 반발 속에 타다, 풀러스 등 승차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는 “모빌리티 신사업을 위한 법제화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해보지 않고는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 수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샌드박스 같은 우회로만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수준의 실험을 하기 어렵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법제화가 안 돼 있는 데다 언제 정비될지 기약 없는 현실에서 오는 답답함은 우아한형제들이나 쏘카에 국한된 게 아니다. 스타트업들은 물론이고 신산업 쪽으로 사업재편을 시도하는 기존 기업들도 다 느끼는 문제일 것이다. 정부는 규제개혁의 속도를 높일 근본적인 해법을 내놔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