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그제 주재한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은 시장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줄곧 밝혀온 ‘속도 조절’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지만,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한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저임금위원회도 이날 첫 운영위원회에서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해 국민적 수용도가 낮았다는 지적에 공감하고, 현장방문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강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초 정부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이원화해 인상폭을 줄이겠다는 구상이었다. 전문가들이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정하면, 노·사·공익 위원이 그 범위 안에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국회 파행으로 최저임금법 개정이 좌초하면서 내년 최저임금도 기존 방식대로 결정해야 할 상황이다. 노사 간 갈등과 파행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최저임금이 2년간 30% 급등해 한계 근로자들이 퇴출당하면서 일자리는 줄고, 소득 양극화가 되레 심화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양대 노총(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추천 근로자위원들은 지난달 말 합동 워크숍을 갖고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결의했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10.9% 오른 8350원인데, 19.7%를 더 인상하라는 얘기다. 정부가 ‘시장수용성’을 제대로 담아내려면 ‘기업 지급능력을 반영하라’는 재계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업종별·지역별·기업 규모별로 차등 적용하라는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