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9일 3% 넘게 급락하면서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다시 ‘강(强) 대 강’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공포 심리가 커졌고 옵션만기일을 맞아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까지 쏟아졌다.
韓증시 '검은 목요일'…무역전쟁 공포에 '매물 폭탄'
프로그램 매도 쏟아져

코스피지수는 이날 66포인트(3.04%) 하락한 2102.01에 장을 마쳤다. 작년 10월 11일(-4.44%) 이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2.45포인트(15.48%) 급등한 18.28에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경고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불안 심리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황준혁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영향으로 일본 닛케이225지수가 0.93% 하락했고 대만 자취안지수도 1.74% 떨어졌다. 아시아 증시가 모두 하락했지만 한국 시장의 낙폭이 유독 컸다. 이는 옵션만기일을 맞아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의 비차익 프로그램 매매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올 들어 전날까지 11조468억원을 순매수하며 증시 버팀목이 됐던 외국인 비차익 프로그램은 이날 238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이 잘 안 될 때를 대비한 매도”라며 “협상이 잘 풀린다면 다시 순매수로 돌아설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추가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관의 비차익 프로그램 순매도도 이날 4667억원에 달했다.

프로그램 매매란 외국인, 기관 등 전문 투자가들이 15개 종목 이상을 묶어 한꺼번에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비차익 거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 패시브 거래가 대부분이다.

이로 인해 이날 장 마감 30여분을 앞두고 대형주들이 급락했다. 삼성전자(-4.07%) SK하이닉스(-5.35%) 현대자동차(-3.32%) 네이버(-3.64%) 등이 큰 폭으로 하락 마감하면서 코스피 낙폭도 커졌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0원40전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달러당 1179원80전으로 2년4개월 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은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8거래일 만에 ‘팔자’로 돌아서 203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골드만삭스 “G2 합의 가능성 희박”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협상에서 합의를 이뤄낼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투자자에게 양국이 극적으로 합의할 것이라는 희망에 베팅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반면 극단적인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두 나라가 몇 달 동안 협상해오던 것을 한번에 뒤엎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만수/임근호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