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공모 윤모 변호사, 김 지사 항소심 재판서 증언
"드루킹, 긴급체포 뒤 김경수에게 빌어야 풀려날 수 있다고 생각"
"드루킹 '혼자 뒤집어쓰겠다' 싶어 김경수 연루 말해"
댓글 조작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해 수사 초기만 해도 김경수 경남지사와의 공모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했다고 김씨 측근이 법정에서 주장했다.

김씨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떠안고 가려다 수사 중반에 마음을 바꿔 김 지사의 연루 사실을 털어놨다는 주장이다.

경공모 회원이자 이 사건으로 기소된 윤모 변호사는 9일 서울고법 형사2부(차문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지사의 항소심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지난해 3월 산채 압수수색이 이뤄졌을 때 김동원은 피고인(김경수) 쪽에서 경공모를 제거하려고 압수수색했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당시 '너희들이 이걸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저항한 것도 맞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그러나 긴급체포되고 나서는 '결국 다치는 건 경공모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피고인에게 빌어야 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 과정에서 김 지사와의 댓글 공모 자체는 밝히지 않는 거로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김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조선일보에 '폭로' 편지를 보내기 전까지만 해도 "구속된 경공모 회원들이 모든 책임을 지기로 전략을 짰다"고 털어놨다.

윤 변호사는 특검팀이 "사건 초기엔 거짓말을 해서라도 피고인의 연루 사실을 숨기려 한 것이냐"고 확인하자 "그렇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묻자 윤 변호사는 "당시 김동원은 (구속된) 저희를 풀 수 있는 사람은 피고인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며 "항복을 하고 싹싹 빌고 '한 번만 살려달라, 그러면 정치 부분과 전혀 관계를 안 맺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피고인과의 관계가 얽히지 않은 것처럼 진술을 유지했다"고 답했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해 5월 조선일보에 '옥중 편지'를 보내 김 지사가 파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했을 때 매크로 프로그램을 직접 보여줬고, 김 지사의 승인을 얻어 댓글 작업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윤 변호사는 "김동원 판단에는 검찰과 경찰에서 몰아가는 식으로 뒤집어씌우고 언론에서도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는 걸 보고 이러다간 혼자 뒤집어쓰고 헤어나오지 못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증언을 마친 윤 변호사는 별도로 발언 기회를 얻어 김 지사 측 지지자로 추정되는 사람이 따라오면서 "듣기 거북한 말"을 했다며 "지지하는 건 존중하지만 증인으로 나온 사람에게 그런 말을 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상황이 되지 않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재판장은 이에 "지지자들이나 반대자들이 격해서 그런 것 같은데, 국민들이 성숙한 자세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