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또 미사일 쏜 北…문 대통령 취임 2주년 대담 4시간 앞두고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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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4시 30분경 평안북도 구성서 2발 발사
구성 일대는 '미사일 기지'
2년前 중거리 미사일 발사했던 곳
구성 일대는 '미사일 기지'
2년前 중거리 미사일 발사했던 곳
북한의 도발이 심상치 않다. 9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한반도 내륙을 관통하는 미사일을 쐈다. 지난 4일 원산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동해상 240㎞까지 발사한 뒤 닷새 만이다.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미국 반응에 ‘강 대 강’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 지원을 통해 대화 재개를 모색하던 문재인 대통령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미사일도 정체 논란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구성 지역에서 두 발의 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 270여㎞다. 합참 관계자는 “정점 고도는 2기 모두 50㎞ 정도”라고 설명했다. 각각이 다른 종류인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사 지역은 애초 신오리 일대라고 밝혔다가 두 시간여 만에 구성 지역으로 변경했다. 합참 관계자는 “구성은 신오리에서 북방으로 40여㎞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군당국이 이날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이유는 사거리가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만큼 길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거리 미사일보다는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가능성이 좁혀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스커드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발사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량형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이번엔 비행거리를 늘려 시험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쏘아올린 발사체도 60여㎞ 고도로 240㎞를 비행했다.
이날 발사체가 발사된 지역을 고려하면 중장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2017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주로 구성시 방현 일대를 활용했다. 그해 2월에는 신형 고체연료에 기반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500㎞를 비행했다. 정점 고도는 550여㎞에 달했다. 5월에도 신형 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고, 7월엔 비행거리 930여㎞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군당국 추정대로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안보리는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발사체의 발사를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란 로켓 추진체를 통해 수십㎞ 고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뜻한다.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도발 강도 끌어올리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원산 발사체 도발’ 나흘 만인 8일 첫 공식 의견을 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 군당국자는 “남조선 군당국은 말할 자격도 없으면서 횡설수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다.
또 “공중에선 주권 국가를 겨냥한 도발적 연합공중훈련” “지상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전개훈련에 멍석” “미니트맨 발사에 꿀 먹은 벙어리 흉내”라고 평하며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동족에게 그런 수작질인가”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군당국은 ‘5·4 원산 도발’에 대해 “군부를 달래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닷새 만에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한·미를 향한 도발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백악관 대응에 주목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동력을 유지해 오던 북핵 협상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는 4일 단거리 발사체 도발 때만 해도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는 등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데 주력했다. 북한이 사실상 무력시위를 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하고, 미국이 이를 지지한 것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됐다.
미 백악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단거리 발사체 소식을 접한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나를 엿먹이려 한다”는 표현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의 만류를 받아들이고, 약 13시간 만에 올린 트윗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대행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4일 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예산안 청문회에 참석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해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료가 북한 발사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4일 발사체와 관련, “우리는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핵개발 재개를 선언한 이란에 강경 대응하면서 북한에만 유연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임락근 기자 donghuip@hankyung.com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구성 지역에서 두 발의 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발사됐다고 밝혔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여㎞, 270여㎞다. 합참 관계자는 “정점 고도는 2기 모두 50㎞ 정도”라고 설명했다. 각각이 다른 종류인지에 대해선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발사 지역은 애초 신오리 일대라고 밝혔다가 두 시간여 만에 구성 지역으로 변경했다. 합참 관계자는 “구성은 신오리에서 북방으로 40여㎞ 떨어진 곳”이라고 설명했다.
군당국이 이날 발사체를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하는 이유는 사거리가 한반도 내륙을 관통할 만큼 길기 때문이다. 다만 중장거리 미사일보다는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가능성이 좁혀진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반적인 스커드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짧고 고도가 낮다는 점을 들어 이번 발사체가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의 개량형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4일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이번엔 비행거리를 늘려 시험한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당시 쏘아올린 발사체도 60여㎞ 고도로 240㎞를 비행했다.
이날 발사체가 발사된 지역을 고려하면 중장거리 미사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2017년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주로 구성시 방현 일대를 활용했다. 그해 2월에는 신형 고체연료에 기반한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약 500㎞를 비행했다. 정점 고도는 550여㎞에 달했다. 5월에도 신형 IRBM인 ‘화성-12형’을 발사했고, 7월엔 비행거리 930여㎞의 탄도미사일을 쐈다.
군당국 추정대로라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 안보리는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발사체의 발사를 대북제재 결의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이란 로켓 추진체를 통해 수십㎞ 고도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미사일을 뜻한다. 단거리 미사일이라도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
도발 강도 끌어올리는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도발 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원산 발사체 도발’ 나흘 만인 8일 첫 공식 의견을 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그 누구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지역 정세를 격화시킨 것도 없다”고 말했다. 북한 군당국자는 “남조선 군당국은 말할 자격도 없으면서 횡설수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했다.
또 “공중에선 주권 국가를 겨냥한 도발적 연합공중훈련” “지상에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전개훈련에 멍석” “미니트맨 발사에 꿀 먹은 벙어리 흉내”라고 평하며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동족에게 그런 수작질인가”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군당국은 ‘5·4 원산 도발’에 대해 “군부를 달래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닷새 만에 또다시 미사일 발사를 감행함으로써 한·미를 향한 도발이라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 백악관 대응에 주목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어렵게 동력을 유지해 오던 북핵 협상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미는 4일 단거리 발사체 도발 때만 해도 이를 ‘미사일’로 규정하지 않는 등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데 주력했다. 북한이 사실상 무력시위를 했음에도 우리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을 공식화하고, 미국이 이를 지지한 것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이해됐다.
미 백악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일 단거리 발사체 소식을 접한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나를 엿먹이려 한다”는 표현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참모진의 만류를 받아들이고, 약 13시간 만에 올린 트윗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입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대행은 8일(현지시간) 북한이 4일 쏜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로켓과 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 상원 세출위원회 국방소위 예산안 청문회에 참석해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이 전화해서 ‘북한이 지금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 정부 관료가 북한 발사체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쏜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한의 4일 발사체와 관련, “우리는 미국을 확실히 위협하는 ICBM 시스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계속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그냥 두고 보지만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핵개발 재개를 선언한 이란에 강경 대응하면서 북한에만 유연하게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박동휘/임락근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