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일본 '다마신도시'처럼 몰락하는 베드타운 나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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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기 옆에 3기 신도시…기존 도시 쇠퇴 불러
"택지 공급보단 도심 집적도 높은 개발 해야"
"택지 공급보단 도심 집적도 높은 개발 해야"
‘몰락한 신도시’의 대명사인 일본 다마(多摩)신도시 사례가 국내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 지정으로 비교적 입지·상품 경쟁력이 떨어지는 1·2기 신도시가 쇠퇴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다. 서울 출퇴근이 어려울 정도로 멀거나 자족기능이 없는 상태에서 노후화돼가고 있어서다. 서울과 더 가까운 곳에 교통망까지 잘 깔린 신도시가 생기면 기존 신도시 주민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통계청은 합계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순이동자 등 모든 변수가 예상보다 악화할 경우 인구감소가 2024년에 시작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며 “다마 등 일본 신도시처럼 유령도시로 변하는 베드타운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日 다마처럼 될라…”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한 경기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은 서울과 붙어 있거나 거리가 1km 안팎인 곳들이다. 1~3기 신도시를 통틀어 서울과 가장 가까운 편이다. 규모는 각각 2만 가구(343만㎡)와 3만8000가구(813만㎡)다. 대장신도시는 앞서 지난해 연말 발표한 인천 계양신도시(1만7000가구·335만㎡)와 연접해 두 곳을 사실상 하나의 도시로 봐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좋은 입지·대규모 택지’가 나왔지만 벌써부터 주민 반대 등 잡음이 시끄럽다.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자족기능도 부족한 1·2기 신도시들이 많아서다. 일산과 운정, 검단, 중동, 한강신도시 등이다. 서울에서 10km 안팎 떨어진 곳들이다. 3기 신도시가 입주하면 더 좋은 환경과 교통망을 갖춘 새 집으로 인구가 이탈하거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고양에 거주하는 유성준 씨(34)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일산에 신혼집을 알아볼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집값이 오르기 힘들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기에 변두리 신도시의 쇠락은 필연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다마신도시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35km가량 떨어진 다마신도시는 팽창하는 도쿄의 인구 과밀을 막기 위해 1965년부터 계획됐다. 약 3000만㎡로 조성돼 1971년 나가야마지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도쿄 신주쿠역까지 철도로 곧장 이어진 데다 녹지비율이 30%에 달해 ‘꿈의 신도시’로 불렸다. 한국 1기 신도시 개발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의 ‘베드타운(잠자리용 도시)’으로 출발한 게 한계였다. 주민 대부분이 도쿄로 출퇴근하며 돈을 벌다 보니 높은 교통비와 출퇴근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엔 더 좋은 입지의 신도시가 늘었다. 결국 인구이탈이 가속하면서 2000년대 초반 40만명이던 인구는 20만명 중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노인들만 낡아가는 건물과 함께 남았다. 다마신도시에서 첫 입주가 이뤄진 나가야마지구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3%까지 올랐다. 초등학교는 3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집값이 바닥까지 떨어져 재건축도 요원하다. 꿈의 도시가 반 세기 만에 ‘유령도시’로 바뀐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도쿄 동부에서 개발이 이뤄진 지바(千葉)신도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주변에 넘쳐나던 새 집의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다마신도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2기 신도시의 급속한 공동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택지개발이 ‘신도시의 양극화’란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일산은 1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먼 데다 이미 주택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2기 신도시들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운정신도시와 검단신도시, 옥정신도시는 아직 개발을 끝내지 못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는 자족기능과 직주근접을 갖추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대부분 1·2기 신도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며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있어 어느 쪽으로 수요가 더 몰릴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택지공급 만능주의 우려”
택지개발식 공급 확대보단 기존 신도시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유도하는 게 효율적인 공급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한 1기 신도시들의 노후화도 곧 당면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 1991~1995년 준공된 아파트는 50만9000가구다. 내년부터 차례로 재건축 연한(30년)을 맞는다. 그러나 인구가 이탈하고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확대와 노후도 개선은 더욱 멀어진다. 일본 다마신도시가 그런 경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에 대한 이해와 노후주택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품질 개선이 이뤄져야 이들 도시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정비사업을 유도한다면 노후도 개선은 물론이고 충분한 공급 효과도 볼 수 있다”면서 “이미 도시기능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조성 비용 등으로 인한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신도시가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꾸준한 인프라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3기 신도시가 아닌 지역들에 대해서도 철도 등 교통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기 신도시 가운데는 계획된 교통망이 제 시기에 확충되지 않아 여전히 교통오지인 곳이 많다. 일산과 운정신도시를 서울까지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지난해 착공식을 열었지만 삽도 뜨지 못하고 있어 ‘유령 노선’이란 비아냥을 사고 있다.
홍춘욱 교수는 “높은 교통비도 다마신도시 쇠락의 큰 요인이었다”며 “광역교통망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민간자본으로 추진될 경우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높아 쇠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인구 감소와 도심 회귀로 이미 ‘지방 소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콤팩트시티(압축도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러나 일본 또한 도시 외곽 개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기존 시가지를 재개발하는 것보다 논밭을 갈아엎는 게 행정적으로 편리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콤팩트시티 역행’이란 머릿기사를 통해 “지자체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교외개발을 전혀 막지 않고 있다”면서 “도시 쇠퇴를 막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신도시 만능주의에 빠진다면 이 같은 경고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30년 이상 이어진 택지중심 대규모 공급은 단기간 주거안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외곽 지역에 공급이 집중되는 까닭에 미래 도시기능에 큰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주요 거점을 집적 개발하거나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日 다마처럼 될라…”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로 추가 지정한 경기 부천 대장과 고양 창릉은 서울과 붙어 있거나 거리가 1km 안팎인 곳들이다. 1~3기 신도시를 통틀어 서울과 가장 가까운 편이다. 규모는 각각 2만 가구(343만㎡)와 3만8000가구(813만㎡)다. 대장신도시는 앞서 지난해 연말 발표한 인천 계양신도시(1만7000가구·335만㎡)와 연접해 두 곳을 사실상 하나의 도시로 봐야 한다.
정부의 계획대로 ‘좋은 입지·대규모 택지’가 나왔지만 벌써부터 주민 반대 등 잡음이 시끄럽다. 입지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자족기능도 부족한 1·2기 신도시들이 많아서다. 일산과 운정, 검단, 중동, 한강신도시 등이다. 서울에서 10km 안팎 떨어진 곳들이다. 3기 신도시가 입주하면 더 좋은 환경과 교통망을 갖춘 새 집으로 인구가 이탈하거나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고양에 거주하는 유성준 씨(34)는 “내년 결혼을 앞두고 일산에 신혼집을 알아볼 생각이었지만 앞으로 집값이 오르기 힘들 것 같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구 감소기에 변두리 신도시의 쇠락은 필연이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다마신도시다. 도쿄에서 서쪽으로 35km가량 떨어진 다마신도시는 팽창하는 도쿄의 인구 과밀을 막기 위해 1965년부터 계획됐다. 약 3000만㎡로 조성돼 1971년 나가야마지구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도쿄 신주쿠역까지 철도로 곧장 이어진 데다 녹지비율이 30%에 달해 ‘꿈의 신도시’로 불렸다. 한국 1기 신도시 개발의 롤모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도쿄의 ‘베드타운(잠자리용 도시)’으로 출발한 게 한계였다. 주민 대부분이 도쿄로 출퇴근하며 돈을 벌다 보니 높은 교통비와 출퇴근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엔 더 좋은 입지의 신도시가 늘었다. 결국 인구이탈이 가속하면서 2000년대 초반 40만명이던 인구는 20만명 중반대로 곤두박질쳤다. 노인들만 낡아가는 건물과 함께 남았다. 다마신도시에서 첫 입주가 이뤄진 나가야마지구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3%까지 올랐다. 초등학교는 300여 곳이 문을 닫았다. 슬럼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미 집값이 바닥까지 떨어져 재건축도 요원하다. 꿈의 도시가 반 세기 만에 ‘유령도시’로 바뀐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도쿄 동부에서 개발이 이뤄진 지바(千葉)신도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주변에 넘쳐나던 새 집의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다마신도시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1·2기 신도시의 급속한 공동화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서울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택지개발이 ‘신도시의 양극화’란 더 큰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어서다. 일산은 1기 신도시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먼 데다 이미 주택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2기 신도시들도 아직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운정신도시와 검단신도시, 옥정신도시는 아직 개발을 끝내지 못했다. 홍춘욱 숭실대 겸임교수는 “3기 신도시는 자족기능과 직주근접을 갖추는 것으로 계획됐지만 대부분 1·2기 신도시는 전형적인 베드타운”이라며 “맞벌이가 일반화되고 있어 어느 쪽으로 수요가 더 몰릴지는 자명하다”고 말했다. ◆“택지공급 만능주의 우려”
택지개발식 공급 확대보단 기존 신도시의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유도하는 게 효율적인 공급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990년대 초반 입주한 1기 신도시들의 노후화도 곧 당면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제외한 수도권에 1991~1995년 준공된 아파트는 50만9000가구다. 내년부터 차례로 재건축 연한(30년)을 맞는다. 그러나 인구가 이탈하고 주택가격이 떨어지면 정비사업을 통한 공급확대와 노후도 개선은 더욱 멀어진다. 일본 다마신도시가 그런 경우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에 대한 이해와 노후주택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앞으로 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 품질 개선이 이뤄져야 이들 도시의 경쟁력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용적률을 올려주면서 정비사업을 유도한다면 노후도 개선은 물론이고 충분한 공급 효과도 볼 수 있다”면서 “이미 도시기능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조성 비용 등으로 인한 재정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신도시가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꾸준한 인프라 투자도 병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3기 신도시가 아닌 지역들에 대해서도 철도 등 교통 여건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2기 신도시 가운데는 계획된 교통망이 제 시기에 확충되지 않아 여전히 교통오지인 곳이 많다. 일산과 운정신도시를 서울까지 연결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은 지난해 착공식을 열었지만 삽도 뜨지 못하고 있어 ‘유령 노선’이란 비아냥을 사고 있다.
홍춘욱 교수는 “높은 교통비도 다마신도시 쇠락의 큰 요인이었다”며 “광역교통망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이 민간자본으로 추진될 경우 소비자의 비용부담이 높아 쇠퇴를 불러온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앞서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한 일본은 인구 감소와 도심 회귀로 이미 ‘지방 소멸’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콤팩트시티(압축도시)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러나 일본 또한 도시 외곽 개발이 멈추지 않고 있다. 권리관계가 복잡한 기존 시가지를 재개발하는 것보다 논밭을 갈아엎는 게 행정적으로 편리해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해 ‘콤팩트시티 역행’이란 머릿기사를 통해 “지자체들이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교외개발을 전혀 막지 않고 있다”면서 “도시 쇠퇴를 막기 위해선 더욱 강력한 억제 수단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신도시 만능주의에 빠진다면 이 같은 경고가 남의 일만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주택도시연구실장은 “30년 이상 이어진 택지중심 대규모 공급은 단기간 주거안정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외곽 지역에 공급이 집중되는 까닭에 미래 도시기능에 큰 부담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주요 거점을 집적 개발하거나 도심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