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기기 위탁생산(EMS)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중국에 있는 생산설비 일부를 대만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11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중국 펑파이신문 등에 따르면 궈타이밍 폭스콘그룹 회장은 대만의 ‘천하잡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중국 내 주요 거점인 선전 등에 있는 생산라인 일부를 대만 남부 가오슝(高雄)으로 이전하겠다”며 “대만이 앞으로 폭스콘의 네트워크와 서버 장비의 제조 허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궈 회장의 이 같은 조치는 미·중 무역협상에 전운이 드리우자 이로 인한 타격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폭스콘의 공장 이전이 세계 공급망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선전은 폭스콘이 중국에서 처음으로 공장을 세운 곳이자 아직도 주요 생산거점입니다.
[강동균의 차이나 톡] 미·중 무역협상 결렬 가능성에 中 생산공장 대만으로 이전하겠다는 폭스콘
앞서 궈 회장은 지난 3월에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중국에서 대만 가오슝으로 생산라인을 이전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요. 이번엔 구체적으로 광둥성 선전과 톈진에 있는 공장의 고부가가치 통신기기와 서버 등의 생산설비를 가오슝으로 옮기겠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궈 회장은 “이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과 논의했다”고도 했습니다.

내년 1월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 출마를 선언한 궈 회장은 최근 ‘민심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데요. 이번 생산설비 이전 발언이 대만 유권자의 마음을 사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궈 회장은 대만 내에서 대표적인 친(親)중 기업인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지요.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