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장모씨(28)는 최근 어머니가 공부하는 자격증을 보고 깜짝 놀랐다. 영상 촬영 등 스마트폰 사용법을 배워 취득하는 ‘스마트폰 자격증’이었다. 교재는 해당 강사가 쓴 책이었다. 장씨는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쉽게 휴대폰 다루는 법을 배우는데 자격증까지 필요한 건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자격증이라는 이름을 걸고 책을 팔기 위한 강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내걸고 응시생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등록된 민간자격증을 국가공인 자격증인 것처럼 과장 광고를 하거나, 자격증을 따기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고 높은 수입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응시생들을 현혹시키고 있다. 또 교육과정 수강을 위해 돈을 내면 무조건 환불해주지 않는 등 횡포를 부리고 있다. 심지어 자격증 등록만 해두고 발급기관이 제대로 관리·운영하지 않아 응시생들의 혼란을 야기하는 자격증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는 매년 1100~1500건에 이른다. 현재까지 수요가 없거나 발급기관의 폐업 등을 이유로 등록 폐지된 민간 자격증만 6545건에 이른다.

민간자격증 관련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자 교육부는 지난해 4월 ‘소비자 보호를 위한 민간자격제도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등록 갱신제를 도입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자격증을 주기적으로 등록 취소하고, 환불 기준과 계약해지 사유 등을 명시한 표준계약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자격증 발급기관이 검정 기준과 운영 규정, 응시자 수 및 발급자 수 등을 공시하는 정보공시도 선택사항에서 의무사항으로 바꾸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격기본법 개정안은 지난해 4분기 발의될 예정이었다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교육부는 우선 지난 1월 표준계약서인 ‘민간자격 표준약관’을 발표했지만 정보공시가 의무가 아닌 이상 소비자들은 어떤 기관이 자격증을 발급할 때 표준약관을 사용하는지 알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격기본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을 제외하면 지난해 4월 발표한 추진과제는 다 완료했다”며 “상반기 중 의원 입법 등을 통해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