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재가동하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9일 제안에 여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은 협의체를 열기 위한 자유한국당의 협조를 촉구했고, 한국당은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을 제외한 ‘3당 협의체’를 요구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여야정 협의체의 제도화나 대북 지원을 위한 여야 5당 대표 회동 등 초당적인 협의 테이블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전날 취임 2주년 대담에서 여야정 협의체 재가동을 요구한 것에 힘을 실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제1차 여야정 협의체에는 비교섭단체를 포함한 5당 원내지도부와 문 대통령이 참석했다.

반면 한국당은 “5당 협의체는 제1야당을 인정하지 않는 협의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범(汎)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과 평화당을 제외하고 원내 교섭단체인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참여하는 3당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요구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여당과 청와대가 말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6석을 가진 정당(정의당)이나 114석을 가진 정당(한국당)이나 똑같다는 것”이라며 “협의체를 시작하려면 형식부터 갖추고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이 식량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하자며 제안한 여야 대표 회동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렸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환영한다”며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열리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논의를 회동 조건으로 내걸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문 대통령과) 1 대 1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그렇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이 사람 저 사람 껴서는 협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야 5당 대표가 함께하는 회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며 “보여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1야당과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대화가 되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도 “북한에 식량을 나눠주는 문제만 이야기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며 “국정 전반에 현안이 많다. 패스트트랙 지정 등 잘못된 문제 전반에 대해 논의한다면 얼마든지 응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