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재기로 구매 수량 제한까지…예비역들 쇼핑채널로 부상한 '군세점' P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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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군 마트(PX)가 사회초년생인 예비역들의 새로운 쇼핑 채널로 각광받고 있다. 시중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다양한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어서다. 저렴한 가격으로 사재기를 한 뒤 가격을 붙여 온라인에서 되파는 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일부 품목은 인당 구매 수량을 제한할 정도다.
지난 3일 경기도 안양의 한 예비군 훈련장 내 군 마트 앞에 100여 명의 예비역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 가운데 20여 명은 점심시간 내내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군 마트에 입장하지도 못한 채 훈련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군 마트에서 여러품목을 구입한 5년차 예비역 이 모씨(27)는 “예비군 훈련이 있을 때마다 1년치 화장품을 다 산다”며 각종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보여줬다. 예비역들 사이에서 군 마트는 ‘군세점’으로 불린다. 시중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데다 특정인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면세점과 비슷해서다. PX는 부대명 혹은 부대가 있는 지역명을 덧붙여 ‘OO마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전에는 미군의 영향을 받아 ‘PX(Post Exchange)’, 공군의 경우에는 ‘BX(Base Exchange)’로 불렸다.
군 마트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재고율’ 때문이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재고 없이 대부분 판매를 하기 때문에 할인율이 크더라도 업체들이 납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회초년생인 예비역들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납품업체들이 군 마트에 들어오려 한다는 게 국군복지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임대료, 인건비 등이 별도로 들지않아 싼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화장품은 군 마트에서 할인율이 높은 대표 상품이다. 정가 2만8800원짜리인 A사의 수분크림은 군 마트에서는 7000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시중에서 3만8000원인 B사의 달팽이크림은 9800원에 팔린다. 정가보다 75%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군 마트 내 가격 할인율이 높다보니 화장품을 사재기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되파는 사례들이 늘면서 일부 브랜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5개로 제한하고 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주로 20대 군인들이 부모님께 화장품을 선물해가는 경우가 많다”며 “잠재고객 확장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군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뿐 만 아니다. 군 마트에선 휴대가 간편한 분말 음료도 시중보다 50~75% 저렴하다보니 예비군들이 여러박스를 사간다. 홍삼 역시 예비군들의 인기품목이다. KGC인삼공사는 군 마트 전용으로 6개 홍삼 관련 제품을 정가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단 주류는 예비군에게 판매될 때는 면세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가보다 최소 20% 이상 싸기 때문에 일부 와인 동호회에서는 ‘PX 쇼핑 리스트’를 공유하며 예비군 소집시 구매해야 할 주류들을 공유할 정도다. 면도기 등 위생용품도 인기가 높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납품했으나 장병들이 사회와 괴리감을 줄일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 마트에 들어오는 품목들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제품 납품 계약을 맺기에 앞서 국군복지단은 현역 군인 및 군인 가족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제품에 대한 품질 평가를 실시한다. 업체가 제시한 할인율 등을 고려해 최종 심사를 거쳐 납품이 결정된다. 군 마트는 영외마트와 영내마트로 나뉘는데 두 곳의 품목이 조금 다르다. 영내마트는 부대 내에 있어 군인이 주고객이다. 반면 영외마트는 부대 밖에 있어 군인 가족들도 이용해 영내마트에는 없는 분유 등 육아용품과 생리대, 스타킹 등 여성용품들도 갖추고 있다. 예비군들은 주로 영내 마트를 이용한다.
이용대상이 제한돼 있지만 군 마트도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국군복지단은 2023년까지 전국 2000여 개 군 마트를 ‘카페형 마트’로 개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꾸미고 휴식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군 마트는 이윤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며 “마트에서 얻은 수익을 장병 생활 향상을 위해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지난 3일 경기도 안양의 한 예비군 훈련장 내 군 마트 앞에 100여 명의 예비역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이들 가운데 20여 명은 점심시간 내내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군 마트에 입장하지도 못한 채 훈련장으로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군 마트에서 여러품목을 구입한 5년차 예비역 이 모씨(27)는 “예비군 훈련이 있을 때마다 1년치 화장품을 다 산다”며 각종 화장품과 생활용품이 가득 담긴 바구니를 보여줬다. 예비역들 사이에서 군 마트는 ‘군세점’으로 불린다. 시중보다 물건을 싸게 파는 데다 특정인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면세점과 비슷해서다. PX는 부대명 혹은 부대가 있는 지역명을 덧붙여 ‘OO마트’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전에는 미군의 영향을 받아 ‘PX(Post Exchange)’, 공군의 경우에는 ‘BX(Base Exchange)’로 불렸다.
군 마트에서 저렴하게 물건을 팔 수 있는 이유는 ‘낮은 재고율’ 때문이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재고 없이 대부분 판매를 하기 때문에 할인율이 크더라도 업체들이 납품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사회초년생인 예비역들을 잠재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일부 손해를 보더라도 납품업체들이 군 마트에 들어오려 한다는 게 국군복지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임대료, 인건비 등이 별도로 들지않아 싼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화장품은 군 마트에서 할인율이 높은 대표 상품이다. 정가 2만8800원짜리인 A사의 수분크림은 군 마트에서는 7000원대면 구입할 수 있다. 시중에서 3만8000원인 B사의 달팽이크림은 9800원에 팔린다. 정가보다 75%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군 마트 내 가격 할인율이 높다보니 화장품을 사재기해 중고거래 사이트 등에서 되파는 사례들이 늘면서 일부 브랜드는 1인당 구매 수량을 5개로 제한하고 있다. 한 화장품 업체 관계자는 “주로 20대 군인들이 부모님께 화장품을 선물해가는 경우가 많다”며 “잠재고객 확장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군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뿐 만 아니다. 군 마트에선 휴대가 간편한 분말 음료도 시중보다 50~75% 저렴하다보니 예비군들이 여러박스를 사간다. 홍삼 역시 예비군들의 인기품목이다. KGC인삼공사는 군 마트 전용으로 6개 홍삼 관련 제품을 정가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단 주류는 예비군에게 판매될 때는 면세 대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가보다 최소 20% 이상 싸기 때문에 일부 와인 동호회에서는 ‘PX 쇼핑 리스트’를 공유하며 예비군 소집시 구매해야 할 주류들을 공유할 정도다. 면도기 등 위생용품도 인기가 높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예전에는 중소기업 제품 위주로 납품했으나 장병들이 사회와 괴리감을 줄일 수 있도록 일반적으로 인기 있는 제품을 납품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군 마트에 들어오는 품목들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제품 납품 계약을 맺기에 앞서 국군복지단은 현역 군인 및 군인 가족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한 뒤 제품에 대한 품질 평가를 실시한다. 업체가 제시한 할인율 등을 고려해 최종 심사를 거쳐 납품이 결정된다. 군 마트는 영외마트와 영내마트로 나뉘는데 두 곳의 품목이 조금 다르다. 영내마트는 부대 내에 있어 군인이 주고객이다. 반면 영외마트는 부대 밖에 있어 군인 가족들도 이용해 영내마트에는 없는 분유 등 육아용품과 생리대, 스타킹 등 여성용품들도 갖추고 있다. 예비군들은 주로 영내 마트를 이용한다.
이용대상이 제한돼 있지만 군 마트도 트렌드에 맞춰 진화하고 있다. 국군복지단은 2023년까지 전국 2000여 개 군 마트를 ‘카페형 마트’로 개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부 인테리어를 카페처럼 꾸미고 휴식을 할 수 있는 힐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국군복지단 관계자는 “군 마트는 이윤 목적으로 운영하지 않는다”며 “마트에서 얻은 수익을 장병 생활 향상을 위해 활용한다”고 전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