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훌쩍' 람보르기니 11대 중 10대가 '업무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세법 개정 4년 만에
무늬만 남은 '무늬만 법인차 방지법'
무늬만 남은 '무늬만 법인차 방지법'
지난해 이탈리아 람보르기니의 고성능 스포츠카 우라칸은 한국에서 11대가 팔렸다. 11대 가운데 개인이 구매한 차량은 단 한 대. 나머지 열 대는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우라칸의 판매가격은 트림(세부모델)별로 2억~4억원이다. 스포츠카 특유의 굉음과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주변 시선을 한몸에 받는 차량을 왜 회사 업무용으로 샀을까.
이탈리아 마세라티 브랜드 차량 중 가장 비싼 콰트로포르테(판매가 1억5000만~2억5000만원)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81.6%가 법인용이었다.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1억원이 훌쩍 넘는 값비싼 모델을 보유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개인보다 법인 구매 비율이 높다. 고급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해 절세 효과를 누리는 ‘무늬만 회사차’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짜 법인차’ 여전히 많다
1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26만705대) 중 1억원 이상인 차량은 2만6314대였다. 이 가운데 71.3%인 1만8758대가 법인차로 등록됐다.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 명의 비율은 2017년(70.6%)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차량 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년보다 11.4% 늘어나 사상 최다였다.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 비중은 2015년 80.4%에 달했다가 2016년부터 2년 연속 낮아졌다. ‘무늬만 회사차’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개정 세법(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이 2016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 세법은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1년에 최대 800만원만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추가했다. 개정된 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6년에는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억원 이상 법인차 판매량이 급증해 법 개정 직전(2015년) 수준을 넘어섰다.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고성능 차량도 상당수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AMG)은 지난해 330대가 팔렸는데, 이 중 85.8%가 법인에 판매됐다. 이 차량들의 가격은 2억원이 넘는다. 랜드로버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1억8000만~2억6000만원)는 지난해 판매량의 86.4%가 회사차였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 브랜드도 지난해 팔린 123대 중 10대만 개인 이름으로 등록됐다.
고가 수입차, 법인등록 ‘꼼수’여전
전문가들은 ‘무늬만 법인차’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가짜 법인차’를 걸러내는 장치가 허술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다음해로 넘길 수 있다. 감가상각 총액 한도는 없다. 과거 5년 동안 지출한 비용을 10~15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도 무용지물이다. 수기로 작성하는 만큼 허위로 기록하더라도 확인하기 힘들다. 한 수입차 딜러는 “값비싼 차량을 팔 때는 법인용으로 구매한 뒤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알려준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서는 ‘무늬만 법인차’를 막기 위한 법망이 한국보다 촘촘하다. 캐나다는 법인차 감가상각액의 총액 한도(3만캐나다달러·약 2600만원)를 설정했다. 한도를 넘어가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프랑스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감가상각액 총액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일반 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카를 법인차로 등록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16년부터 시행된 법인차 비용처리 규정이 무력해진 만큼 보다 면밀하게 규정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이탈리아 마세라티 브랜드 차량 중 가장 비싼 콰트로포르테(판매가 1억5000만~2억5000만원)도 비슷하다. 지난해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81.6%가 법인용이었다. 포르쉐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 1억원이 훌쩍 넘는 값비싼 모델을 보유한 수입차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개인보다 법인 구매 비율이 높다. 고급 수입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해 절세 효과를 누리는 ‘무늬만 회사차’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짜 법인차’ 여전히 많다
10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26만705대) 중 1억원 이상인 차량은 2만6314대였다. 이 가운데 71.3%인 1만8758대가 법인차로 등록됐다.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 명의 비율은 2017년(70.6%)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차량 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전년보다 11.4% 늘어나 사상 최다였다.
1억원 이상 수입차 중 법인차 비중은 2015년 80.4%에 달했다가 2016년부터 2년 연속 낮아졌다. ‘무늬만 회사차’가 늘어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한 개정 세법(법인세법 및 소득세법)이 2016년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개정 세법은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 1년에 최대 800만원만 회사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를 합해 1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인정받으려면 운행일지를 작성해야 한다는 규정도 새로 추가했다. 개정된 법이 시행된 직후인 2016년에는 고가 수입 법인차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1억원 이상 법인차 판매량이 급증해 법 개정 직전(2015년) 수준을 넘어섰다.
업무용으로 보기 어려운 고성능 차량도 상당수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고성능 모델(AMG)은 지난해 330대가 팔렸는데, 이 중 85.8%가 법인에 판매됐다. 이 차량들의 가격은 2억원이 넘는다. 랜드로버의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레인지로버(1억8000만~2억6000만원)는 지난해 판매량의 86.4%가 회사차였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 브랜드도 지난해 팔린 123대 중 10대만 개인 이름으로 등록됐다.
고가 수입차, 법인등록 ‘꼼수’여전
전문가들은 ‘무늬만 법인차’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가짜 법인차’를 걸러내는 장치가 허술한 탓이라고 지적한다. 연간 감가상각 한도를 800만원으로 제한했다지만, 이를 초과하는 금액은 다음해로 넘길 수 있다. 감가상각 총액 한도는 없다. 과거 5년 동안 지출한 비용을 10~15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하면 된다. 운행일지 작성 의무 규정도 무용지물이다. 수기로 작성하는 만큼 허위로 기록하더라도 확인하기 힘들다. 한 수입차 딜러는 “값비싼 차량을 팔 때는 법인용으로 구매한 뒤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고객들에게 알려준다”고 털어놨다.
해외에서는 ‘무늬만 법인차’를 막기 위한 법망이 한국보다 촘촘하다. 캐나다는 법인차 감가상각액의 총액 한도(3만캐나다달러·약 2600만원)를 설정했다. 한도를 넘어가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프랑스는 차량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을수록 감가상각액 총액을 더 엄격하게 적용한다. 일반 차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스포츠카를 법인차로 등록하는 ‘꼼수’를 막기 위해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16년부터 시행된 법인차 비용처리 규정이 무력해진 만큼 보다 면밀하게 규정을 다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