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차량공유업체 우버가 기업공개(IPO) 공모가를 예상보다 낮은 주당 45달러(약 5만3000원)로 정했다. 당초 1000억달러 이상일 것으로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우버의 기업가치는 820억달러(약 96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CNBC 등에 따르면 10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는 우버의 주당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주당 44~50달러)의 하단인 주당 45달러로 결정됐다. 공모주식 수는 1억8000만 주로, 총 81억달러를 조달한다. 조달 규모 기준으로 2012년 상장한 페이스북(160억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우버의 공모가 기준 기업가치는 824억달러다. 앞서 월가에선 우버의 기업가치가 최대 1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지만 IPO 과정에서 몸값이 크게 낮아졌다. 지금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엔 알리바바(2014년 상장)의 기업가치가 공모가 기준 1694억달러로 가장 컸다. 2012년 입성한 페이스북이 812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우버가 동종업체 리프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눈높이를 낮췄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차량공유업체 1호로 나스닥에 상장한 리프트는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의 최상단인 주당 75달러로 잡았다. 하지만 화려한 데뷔가 무색하게 상장 이튿날부터 급락세로 돌아섰다. 리프트는 고평가 논란 속에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일 주당 55.18달러에 마감했다.

성장성은 높지만 수익을 내지 못하는 ‘적자 기업’이라는 점이 차량공유업체의 공통된 약점이라는 평가다. 우버는 지난해 113억달러의 매출을 거둬 전년 대비 43%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에선 30억달러 손실을 봤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79억달러에 달한다. 우버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상장신청서에 “수년간 계속 수익이 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심화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도 공모가를 낮추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우버 운전자들이 지난 8일부터 낮은 임금과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 항의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