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이 2017년 설립한 비전펀드와 같은 규모(100조원)의 벤처펀드를 하나 더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가 높은 수익을 올리자 추가로 자금을 조성해 ‘물 들어올 때 노 젓기’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손 회장은 지난 9일 소프트뱅크의 지난해 결산발표 기자회견에서 “비전펀드와 비슷한 수준인 10조엔(약 107조205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며 “수많은 투자자가 ‘비전펀드 2’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새로 조성할 펀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에 특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 “AI 분야가 아닌 기업에는 관심이 없다”고 발언하는 등 AI 부문에 깊은 애정을 보였다.

소프트뱅크는 작년 영업이익으로 전년 대비 80.5% 증가한 2조3539억엔을 거뒀다. 역대 최고치다.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비전펀드에서 나온 수익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비전펀드는 100조원 규모의 조성 자금 중 60조원을 투자 완료했다. 현재 투자 기업의 가치는 72조원으로 평가된다.

비전펀드는 100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벤처투자 펀드다. 손 회장이 2016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와 합작 투자 방식으로 조성했다. 미국의 차량공유업체 우버와 공유오피스업체 위워크, 중국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 영국 반도체업체 ARM,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 등에 투자했다. 한국의 전자상거래업체 쿠팡 지분도 5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