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뱅크·텐센트뱅크…홍콩, 亞 핀테크 주도권 잡기 나섰다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 중국의 대형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홍콩에서 디지털은행 사업에 뛰어든다.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 전통 은행이 장악해온 홍콩 금융시장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 금융당국이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등에 디지털은행 설립 인가를 내줬다고 10일 보도했다. 세계 4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샤오미와 세계 최대 보험사인 핑안보험 등도 디지털은행 면허를 땄다. 앞서 홍콩 당국은 지난 3~4월 중국 최초의 온라인 보험사 중안온라인과 항공검색업체 씨트립 등에 디지털은행 사업을 허가했다.

홍콩 정부는 전략적으로 아시아에서 선도적으로 핀테크산업을 키우기 위해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업체가 아닌 IT 기업에도 적극적으로 은행업 인가를 내주고 있다. 금융서비스 품질을 높이려면 새로운 경쟁자를 끌어들이는 게 필요하다고 봐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홍콩 소매금융 시장의 3분의 2는 HSBC, 중국은행, 항셍은행, 스탠다드차타드 등 4개 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컨설팅업체 액센츄어의 작년 은행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한 홍콩 고객은 53%로 집계됐다. 미국(88%)과 영국(78%) 등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이들은 ‘느린 온라인 뱅킹’, ‘계좌 개설의 어려움’, ‘낮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 등의 불만을 토로했다.

골드만삭스는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은 이미 개인금융 서비스와 모바일 결제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켰다”며 “향후 이들은 홍콩 지역 은행 수익의 30%인 약 15억달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런 맨 홍콩 베이커맥킨지 파트너는 “이번 디지털은행 승인은 금융 허브를 탈바꿈시킬 것”이라며 “홍콩의 은행 서비스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IT 업체들도 기존 은행들과의 협력을 통해 디지털은행 시장에 연착륙하겠다는 생각이다. 텐센트는 중국 산업은행과 상업은행, 홍콩거래소 등과 손잡고 합작 벤처를 세우기로 했다. 중국 사모펀드인 힐하우스캐피털과 홍콩의 기업가 아드리안 쳉도 텐센트와 손을 잡았다. 샤오미는 홍콩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AMTD그룹과 제휴하기로 했다.

기존 은행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SBC가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전체 홍콩 지역 은행 수익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 홍콩 인구 77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이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HSBC는 제공하고 있는 자체적인 디지털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시중은행이라 인터넷은행 설립 면허를 받을 필요가 없지만 다른 은행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면허를 신청했다.

FT는 “주머니가 두둑한 IT 업체들이 개인 소매금융과 결제 부문에서 전통 시중은행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임스 로이드 언스트앤드영(EY) 핀테크부문 대표는 “홍콩 금융시장이 (텐센트, 알리바바, 샤오미 등) 이런 선수들이 글로벌 디지털은행 사업을 평가하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디지털은행 면허를 받기 위해선 자본금으로 최소 3억 홍콩달러(약 450억원)가 필요하다. 또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모든 고객을 다른 시중은행에 넘겨야 한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