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했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 등이 해외 ETF와 최저 수수료 등을 앞세워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ETF 수수료 '뚝뚝'…투자자 '하하'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자산운용의 시장점유율은 3.5%로 지난해 말(2.9%)보다 0.6%포인트 늘어났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2.7%로 지난해 말(1.3%) 대비 두 배 넘게 증가했다. 두 회사 모두 ‘최저 수수료’를 앞세운 상품이 성공을 거둔 효과로 분석했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해 3월 수수료를 0.03%로 낮춘 ETF를 선보였다. 시장 1위 ETF인 삼성 KODEX200(0.15%)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 달 뒤엔 키움증권이 수수료를 0.01%까지 낮춘 KOSEF200TR을 상장했다. TR이란 ETF 투자 중 얻은 배당 수익을 다시 펀드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운용되는 상품을 뜻한다.

김현빈 NH아문디자산운용 ETF전략팀장은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ETF 중 수수료가 가장 저렴한 상품을 선보인 것이 주효했다”며 “예상보다 빠르게 8000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몰렸다”고 말했다.

업계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도 23.8%에서 24.1%로 점유율을 높였다. 상하이·선전 증시 대형주로 구성된 중국 CSI300지수에 투자하는 해외 ETF를 선제적으로 내놓은 것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2014년에 상장한 TIGER 차이나CSI300레버리지 수익률은 57.3%(올 들어 지난 9일까지)에 달한다.

최승현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솔루션본부 이사는 “중국 본토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레버리지 ETF는 단기투자하는 경우가 많아 규모에 민감한데 초기 시장을 선점한 덕에 투자금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은 그룹 차원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계열사 자금 집행을 해당 ETF로 하는 식이다.

같은 기간 삼성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시장점유율이 소폭 감소했다. 삼성자산운용은 53.0%에서 51.4%, KB자산운용은 8.4%에서 7.5%로 줄었다. 특히 삼성자산운용은 배당을 목적으로 투자한 외국인투자자의 자금이 3월 말 배당 확정 후 1조원 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남기 삼성자산운용 ETF운용팀장은 “시장점유율이 50% 이하로 떨어진 적도 있어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면서도 “은행 증권 등의 지원을 받는 운용사들이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ETF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