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켄드리엄과 손잡고 ‘글로벌 4차산업펀드’를 내놨다. 다른 회사의 상품을 자사 브랜드를 이용해 판매하는 화이트라벨링 상품이다.

한투증권은 10일 서울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켄드리엄과 상품 개발 관련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맺고 ‘하이 켄드리엄 글로벌 4차산업펀드’를 출시했다. 이 펀드는 3000억원 규모인 ‘켄드리엄 로보틱스&이노베이션 테크놀로지 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 상품이다. 켄드리엄은 미국 3대 보험사인 뉴욕라이프자산운용의 자회사로 테마주식형 펀드 운용에 특화돼 있다. 김성환 한투증권 개인고객그룹장(부사장)은 “고객들에게 글로벌 4차 산업 관련 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동안 자산운용사들이 글로벌 상품을 국내에 들여왔지만 요즘엔 증권사들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하이 켄드리엄 글로벌 4차산업펀드’는 한투증권의 여섯 번째 화이트라벨링 상품이다. 이준재 투자상품본부장은 “국내 펀드 공모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증권사가 고객에게 최적의 상품을 독점적으로 판매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하반기에도 네 개의 화이트라벨링 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투증권은 2016년 웰링턴매니지먼트의 글로벌 성장주 펀드를 시작으로 SSGA, 더블라인캐피털, 로이스 등의 특색 있는 상품을 들여왔다. 화이트라벨링 펀드 판매실적은 전체 1000억원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한투증권보다 먼저 화이트라벨링 상품 발굴에 나섰다. 2010년 맨인베스트먼트 상품을 시작으로 로스차일드, 에버딘, 파이오니어 등의 틈새 펀드를 내놓고 있다. 올해는 롱쇼트 전략을 활용하는 중국 운용사와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다른 증권사는 화이트라벨링 상품 출시에 부정적이다. 한 증권사 상품개발 담당자는 “화이트라벨링 상품은 운용 성과가 좋지 않을 경우 레퓨테이션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국내 상품 라인업이 충분하기 때문에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