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 동떨어진 대통령 경제인식…참모들 탓인가, 확증편향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KBS 대담에 출연해 한 경제 관련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문 대통령이 “(대기업에 대한)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최근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하자 여당 지지층 사이에서 “재벌에 기대 성장하겠다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에 도움이 된다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벤처기업 어디든 방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지적을 일축했다.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의 혜택이 소수의 상위 계층과 대기업에 집중됐다. 이미 오래전에 낙수효과는 끝났다”고 말한 것과는 차이가 느껴진다는 게 기업인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국내 경제를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은 상당한 고성장 국가다. 미국 다음에 우리의 성장률이 제일 높았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OECD 통계를 보면 작년 기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7%로 36개국 중 18위였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순위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GNI)이 많은 아일랜드(6.7%) 아이슬란드(4.6%) 이스라엘(3.3%) 미국(2.9%) 뉴질랜드(2.8%)보다 낮은 성장률이다.

문 대통령은 “3월부터 저성장의 원인인 수출 부진 등이 서서히 회복되고 좋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지난 3월 수출실적은 1년 전에 비해 8.2% 감소했다. 지난 2월(-11.4%)보다는 감소폭이 줄었으나 1월(-6.2%)에 비해선 악화됐다. 수출이 작년 12월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어 ‘회복세’라고 보기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 3월 청년 고용률이 아주 높아졌고 청년 실업률도 아주 낮아졌다”고 말해 ‘고용 참사에서 유리한 통계만 언급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3월 청년(만 15~29세) 실업률은 10.8%로 전년 동기 대비 0.8%포인트 하락했지만 청년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25.1%로 2015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실업률을 구할 때는 일할 의사가 있어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하지 않지만 체감실업률에는 이들도 실업자로 잡힌다.

대통령의 발언은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확한 팩트가 생명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경제를 진단하면서 종종 현장과 동떨어진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고,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반복됐다.

역대 대통령처럼 문 대통령도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확증편향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각에서 “참모들이 실정(失政)을 감추기 위해 대통령에게 왜곡된 보고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