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비트와 바이트 전쟁' 시대
“에티오피아 수도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건물 안의 모든 컴퓨터 자료가 2012년 1월부터 5년 동안 매일 자정부터 새벽 2시까지 8000㎞ 떨어진 중국 상하이로 전송됐다.” 지난해 프랑스 일간 르몽드가 중국의 조직적인 해킹 사건을 폭로했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 통신망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와 ZTE가 건설했다. 중국 기업들은 해킹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은 “화웨이와 ZTE가 중국군 사이버 부대에 특별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했다”며 미국 정부와 기업에 이들 업체의 장비 사용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2016년 11월에는 미국에서 판매된 중국산 스마트폰에서 3일마다 중국 서버로 정보가 자동으로 전송되는 ‘백도어(backdoor·컴퓨터에 몰래 설치된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

정밀조사에 착수한 미국은 지난해 CCTV 등 주요 보안시설과 5G 통신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등 중국산 장비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안보동맹국들에도 ‘백도어’의 위험성을 알리며 화웨이 장비를 절대로 쓰지 말라고 권했다. 캐나다 호주 일본 등 대부분의 동맹국은 이에 호응했다. 하지만 많은 유럽 국가들은 경제적인 이유를 들며 머뭇거리고 있다. 영국은 5G 통신망의 핵심 네트워크를 제외한 부분에 화웨이 장비 도입을 허용할 태세다.

그러자 영국을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은 공산당이 데이터 제출을 요구하면 업체들이 따를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보안에 취약한 네트워크에서 동맹국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그는 “(중국이) 총알과 폭탄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 저장 단위인 ‘비트(bit)와 바이트(byte)’를 통해 서구를 분열시키려 한다”고 표현했다. 하드웨어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소프트웨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미국과 이스라엘 논문에 따르면 2016년 2월부터 6개월 동안 캐나다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정보가 중국 차이나텔레콤의 ‘망(網) 납치’에 의해 중국으로 갔다가 한국에 전송된 사실이 밝혀졌다. 2015~2017년 한국 정부 해킹을 시도한 비율도 중국이 34.3%로 가장 많았다. 지난 2년간 첨단기술 유출 40건 중 28건의 주범 또한 중국이었다. 중국에서는 해커를 ‘흑객(黑客)’이라고 한다. 그 ‘어두운 손님’들이 세계의 안방을 휘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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