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국내 채권은 2006년 말 4조6000억원(총액 대비 0.59%)에 불과했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채권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다. 단기간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해낸 한국에 대해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가 깊어졌다. 2009년 말 외국인 보유 채권은 56조4000억원(5.57%)으로 단 3년 만에 10배 이상 급성장했다. 지금은 미래에셋에 합병된 대우증권이 글로벌채권(FI·Fixed Income)세일즈팀을 신설한 것도 이 즈음인 2010년 4월이었다.

장윤영 미래에셋대우 글로벌채권세일즈팀장(이사)은 “당시 대우증권은 채권 발행 주관 업무 등 관련 부문에서 부동의 1위였을 만큼 ‘채권 명가’로서 지위가 탄탄했다”며 “외국인들이 원화 채권 투자를 크게 늘리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고자 새로 영업 조직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탄탄한 영업력+'합병 시너지' 효과 극대화…외국인 채권 매매 국내 1위 브로커리지로 도약
팀 신설 9년 만에 국내 1위 등극

외국인을 상대로 한 영업은 쉽지 않았다. 국내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자 가운데 최대 ‘큰손’으로 불렸던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은 국내 증권사엔 물량을 아예 주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필수적인 외환(FX) 거래나 수탁 업무 등을 수행하기에 국내 증권사들의 역량 자체가 부족했던 것. 그러다 보니 HSBC JP모간 스탠다드차타드(SC) 등 외국계 은행 및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이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짭짤한 수수료 수입을 챙겨갔다.

장 팀장은 “프랭클린템플턴 같은 미국계 기관투자가들은 어차피 가망이 없어 아시아나 유럽 쪽 중앙은행이나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영업력을 집중했다”며 “이들 해외 투자자는 국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지만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과 신뢰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프랭클린템플턴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크게 반전됐다. 2013년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위기가 발생한 이후부터 프랭클린템플턴은 글로벌 시장에서 운용해온 채권 펀드의 국내 투자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였다. 한때 28조원에 달했던 보유 채권 잔액은 현재 5조원 안팎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3월에는 삼성액티브자산운용과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사실상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장 팀장은 “과거 30%에 육박했던 프랭클린템플턴 비중이 크게 축소되면서 프랭클린템플턴을 주요 고객으로 삼았던 외국계 은행 및 증권사도 잇따라 국내에서 철수하거나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등 시련을 겪었다”고 전했다.

프랭클린템플턴과 외국계 은행들의 ‘탈(脫)한국 러시’에도 전체 외국인 채권 투자는 줄지 않았다. 외국인 보유 채권은 2014년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말 113조원까지 늘었다. 국가별로도 미국과 조세피난처의 투자액은 감소했지만 중국 프랑스 싱가포르 스위스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등 아시아 및 유럽 국가의 투자액은 크게 늘었다. 장 팀장은 “이제부터 진정한 국내 증권사 간 경쟁이 시작된 셈”이라며 “채권 시장에서 착실하게 다져온 영업력과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시너지도 커”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2016년 12월 합병해 미래에셋대우로 탈바꿈하면서 역량이 배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 팀장은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던 미래에셋의 글로벌 브랜드 파워가 결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며 “합병 이후 인력이 보강되는 등 팀의 전열이 재정비되면서 점유율도 가파르게 올랐다”고 했다.

실제 2017년 8%에 불과했던 미래에셋대우의 시장 점유율은 2018년 12%로 뛰었고 올해 1~4월 기준 20%를 넘어섰다. 현재 확보하고 있는 아시아 유럽 등 국가의 중앙은행 및 국부펀드 등 주요 기관 고객만 80여 곳에 달한다. 장 팀장을 비롯해 8명(싱가포르 현지 근무직원 1명 포함)이 고작인 이곳을 거쳐 간 국내 채권은 올 들어서만 8조원이 넘는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채권 투자 중개(인바운드) 업무뿐만 아니라 과거 외국계 증권사가 독식한 국내 투자자의 해외 채권 발행 및 유통(아웃바운드) 업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산업은행이 지난 2월 발행에 성공한 1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도 국내 증권사로는 유일하게 미래에셋대우가 주관사로 참여했다.

장 팀장은 “주식과 마찬가지로 채권 시장에서도 최근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개 수수료 수익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추세”라며 “다만 해외 투자자와의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채권 발행 및 인수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데다 국제 금융시장의 동향을 최일선에서 수집하는 ‘첨병’으로서 팀의 기능과 조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