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중장기 투자산업…서비스 로봇에 승부 걸어야"
이병주 한국로봇학회장(사진)은 ‘기술 개발 3대 축’인 기업, 대학, 정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코디네이터를 자처한다. 그는 2008년 대한의료로봇학회를 설립했다. 3대 회장을 맡아 지난해까지 4년간 이 학회를 이끌었다. 올해부터는 한국로봇학회장을 맡아 현장을 뛰고 있다.

이 회장은 “미래 가치가 큰 로봇산업은 중장기 투자 트렌드를 확고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며 “백화점식 지원보다는 선별적 집중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선진국과 격차가 큰 제조용(산업) 로봇보다 서비스 로봇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척추, 이비인후과, 심혈관 등 수술 분야 로봇기술을 15년간 연구해왔다.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조종기구 등 하드웨어 전반에 걸쳐서다. 이 회장은 의료로봇학회장이던 2017년 말 중국 베이징에 가서 현지 의사협회를 상대로 국내 수술로봇업체 미래컴퍼니 등의 제품을 적극 세일즈했다.

미래컴퍼니는 세계 1위 복강경 수술로봇 다빈치와 비슷한 제품을 제작한 곳이다. 지난해 5월엔 중국 의사들을 국내로 초청해 미래컴퍼니 고영테크놀러지 큐렉소 등 국내 수술로봇업체들을 알렸다. “과학기술 관련 학회는 기업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회장은 한국형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창시자인 오준호 KAIST 교수와 지난해 4월부터 ‘서바이벌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을 알아서 정리하는 로봇 제조 프로젝트 ‘멀티모달 인식 기반 일상환경 물체 파지 및 조작이 가능한 로봇 제어기술 개발’ 과제다.

2021년 말까지 이 회장과 송재복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팀, 오 교수와 김종환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팀이 같은 과제를 따로 수행한 뒤 결과를 비교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로봇과 관련해 각개약진하던 부처가 최근 융합과제를 시작한 것을 두고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하게 돼 천만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과기정통부 산업부 보건복지부가 2022년까지 430억여원을 지원하는 ‘인공지능 바이오로봇 의료융합기술’ 개발사업도 참여하고 있다. 미 텍사스오스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이 회장은 1995년부터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