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굽은 화초 - 박규리(1960~)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베란다 화초들이
일제히 창을 향해 잎 뻗치고 있다
그늘에 갇혀서도
악착같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는 것 오직 한 가지인 생활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눈이 없어도 분별해내는 밝음과 어두움
단단한 줄기 상처로 굽힐 줄 아는 마음
등 굽은 화초, 휘어진 마디마디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집 배어 있다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中
봄을 맞아 집안에 식물을 몇 개 새로 들였습니다. 크기도, 모양도, 성격도 다른 식물들이 그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서 있습니다. 바람과 햇빛 그리고 이따금 주는 물만으로도 푸릇푸릇 자라나는 게 아무리 보아도 신기합니다. 가깝게 이웃한 식물은 자양분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햇빛이 있는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과 활동력이 기묘하고도 놀라운 5월입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
일제히 창을 향해 잎 뻗치고 있다
그늘에 갇혀서도
악착같이 한쪽을 향하고 있다
바라는 것 오직 한 가지인 생활은
얼마나 눈물겨운가
눈이 없어도 분별해내는 밝음과 어두움
단단한 줄기 상처로 굽힐 줄 아는 마음
등 굽은 화초, 휘어진 마디마디에
슬프고도 아름다운 고집 배어 있다
시집 《이 환장할 봄날에》(창비) 中
봄을 맞아 집안에 식물을 몇 개 새로 들였습니다. 크기도, 모양도, 성격도 다른 식물들이 그 나름의 조화를 이루며 서 있습니다. 바람과 햇빛 그리고 이따금 주는 물만으로도 푸릇푸릇 자라나는 게 아무리 보아도 신기합니다. 가깝게 이웃한 식물은 자양분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도 하고, 햇빛이 있는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몸을 비틀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의 생명력과 활동력이 기묘하고도 놀라운 5월입니다.
주민현 <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