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천 모르고 별장 간 적도 없어"…검찰 '대질 실효성 없다' 판단
김학의, 2차 조사도 '모르쇠'…'억대 수뢰 혐의' 이번주 영장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의 뇌물수수·성범죄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2일 김 전 차관을 사흘 만에 다시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이번주 안에 뇌물수수 혐의로 김 전 차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날 오후 김 전 차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건설업자 윤중천(58)씨 등에게서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정황과 성범죄 의혹을 추궁했다.

낮 12시50분께 수사단이 있는 서울동부지검 청사에 도착한 김 전 차관은 '금품을 받은 혐의를 부인하느냐', '성폭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을 여전히 모른다는 입장이냐' 등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김 전 차관은 지난 9일 첫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윤씨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며, 따라서 돈을 받거나 별장에 같이 간 사실도 없다"며 윤씨와 관계를 부인했다.

문제의 '별장 성접대 동영상'에 등장하는 남성 역시 자신이 아니고, 금품거래 의혹이 제기된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 역시 전혀 모르는 인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단은 첫 소환조사 때부터 윤씨 등 금품공여자들과 김 전 차관을 대질신문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김 전 차관이 두번째 조사에서도 이들과 관계 자체를 완강히 부인함에 따라 대질의 실효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2013년 성접대 의혹에 대한 검·경 수사에서도 윤씨를 모른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윤씨와 최씨가 내놓은 진술, 김 전 차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과거 동선분석과 계좌추적 결과 등을 토대로 김 전 차관에게 1억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학의, 2차 조사도 '모르쇠'…'억대 수뢰 혐의' 이번주 영장
김 전 차관은 윤씨로부터 2007∼2008년 3천만원 안팎의 금품을 직접 받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윤씨는 김 전 차관에게 명절 떡값 등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현금을 건넸고 검사장 승진에 도움을 준 인사에게 성의 표시를 하라며 5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김 전 차관이 요구해 감정가 1천만원 상당의 서양화 한 점을 건넸다는 진술도 했다.

검찰은 윤씨와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이모씨 사이의 보증금 분쟁에 김 전 차관이 개입해 이씨가 1억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김 전 차관에게 제3자뇌물 혐의도 적용할 방침이다.

윤씨는 2007년 이씨에게 명품판매점 보증금으로 1억원을 줬다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당했다.

윤씨는 2008년 2월 이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가 취하했다.

윤씨는 검찰에서 "김 전 차관이 이씨에게 받을 돈을 포기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성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날까봐 고소 취하를 종용한 것으로 의심한다.

뇌물액수가 1억원을 넘어감에 따라 공소시효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15년의 공소시효가 적용된다.

검찰은 윤씨에게서 현금 등으로 받은 뇌물과 보증금 분쟁에서 비롯한 제3자뇌물을 포괄일죄(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것)로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김학의, 2차 조사도 '모르쇠'…'억대 수뢰 혐의' 이번주 영장
검찰이 포착한 추가 금품수수 정황도 구속영장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2006년께부터 김 전 차관에게 차명 휴대전화를 제공하고 용돈과 생활비 등을 대주며 일종의 '스폰서'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최씨가 제공한 금품을 합치면 3천만원 이상이고 2009년 5월 이후까지 뇌물공여가 계속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3천만원 이상 뇌물수수죄의 공소시효는 10년이지만, 2009년 5월 이전의 금품거래도 포괄일죄로 묶일 수 있다.

한편 김 전 차관과 윤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이씨는 최근 검찰조사에서 '별장 성접대 동영상' 속 여성이 자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진술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자신이 동영상 속 여성이라며 2014년 김 전 차관 등을 특수강간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이씨는 동영상 촬영 날짜가 2007년 12월로 특정됨에 따라 당시 머리모양 등을 감안해 이같이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씨가 동영상에 등장하는지와 무관하게 2006∼2008년 윤씨 등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 진술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씨가 제출한 정신과 진료기록 등을 근거로 윤씨 등에게 공소시효 15년의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