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그룹 총수는 조원태"
한진그룹이 13일 차기 총수로 조원태 회장(사진)을 명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했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의 차기 총수를 뜻하는 동일인은 조 회장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 측이 이날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며 서류 검토를 거쳐 15일 예정대로 한진그룹을 포함한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 8일 미국에서 급작스럽게 별세한 조양호 회장 뒤를 이어 지난달 24일 그룹 회장에 올랐다. 취임 직후 부장급 이하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실시했고, 이달 1일부터는 근무 효율을 높이는 취지로 대한항공 직원 ‘연중 노 타이 근무’를 도입하는 등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쳐 왔다.

그러나 한진이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조 회장과 현아·현민 3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공정위는 통상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 및 동일인 지정 결과를 내놓지만, 한진이 지난 8일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올해는 15일로 연기했다.

재계에선 조 회장이 형제 중 유일하게 현직에 있고, 회장 직을 승계했다는 점에서 동일인(총수)도 맡을 것으로 관측해왔다. 다만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율(2.34%)이 누나인 현아(2.31%), 동생 현민(2.30%)씨와 큰 차이가 없어 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진그룹이 이날 조 회장을 동일인으로 적시한 서류를 공정위에 제출하면서 경영권 분쟁설은 일단 진화된 모습이다. 하지만 그룹 지주회사 한진칼의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가 지분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위기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현재 14.98%에 달한다.

한진칼 주가는 조양호 회장 별세 직전인 지난달 5일 2만5200원에서 이날 3만7200원으로 50% 가까이 뛰었다. 이로 인해 당초 2000억원 내외로 추산됐던 상속세 규모도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상장사 주식의 상속세는 상속 개시일 전후 두 달씩 총 4개월 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