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아시안게임 우승, 2008년 KPGA 투어 신인상 등 유망주 출신 말 그대로 '고진감래'다.
강성훈(32)이 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을 표현하기에 이보다 더 알맞은 사자성어는 찾기 힘들 것 같다.
제주도 출신 강성훈은 연세대를 나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출전, 단체전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남자 골프의 기대주로 이름을 알렸다.
그해 4월 아마추어 신분으로 출전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롯데 스카이힐 오픈에서도 우승한 그는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프로로 전향했다.
2008년 KPGA 코리안투어에서 우승은 없었지만 준우승 2회, 3위 1회 등의 성적을 내며 상금 순위 8위에 올라 신인상에 해당하는 명출상을 받았다.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을 2010년 KPGA 코리안투어 유진투자증권오픈에서 따낸 그는 2011년 미국으로 향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미국 진출의 꿈을 키워온 그는 2011년 10월 PGA 투어 대회에서 3위에 오르며 첫 우승의 꿈을 부풀렸다.
이때만 하더라도 그의 첫 우승이 2019년에 나오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터다. 2012년 PGA 투어에서 30개 대회에 나갔지만 22번이나 컷 탈락하며 투어 카드를 잃은 강성훈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2부 투어로 밀려났다.
그 사이 2013년 코리안투어 대회인 CJ 최경주 인비테이셔널과 한국오픈에서 우승, 국내 상금왕에 오르며 재기의 발판을 다진 그는 2016년 다시 PGA 투어 입성에 성공했다.
2017년 셸 휴스턴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그해 10월 CIMB 클래식과 지난해 7월 퀴큰 론스 내셔널에서 3위에 오르며 우승권을 맴돌았다.
지금까지 PGA 투어 정상에 오른 한국 선수 가운데 투어 입문 9년 차에 첫 승을 거둔 선수는 강성훈이 처음이다.
8승으로 한국 선수 최다승인 최경주(49)는 2000년 PGA 투어에 데뷔해 2002년 첫 승을 따냈고, 아시아 국적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양용은(47)도 2008년 데뷔 후 2009년에만 2승을 거뒀다.
또 배상문, 노승열, 김시우 등도 모두 PGA 투어에 뛰어든 지 1∼3년 안에 승리 기록을 남겼다.
30대 나이에 첫 우승을 달성한 한국 선수도 최경주, 양용은 외에는 강성훈이 유일하다. 키 172㎝로 크지 않은 강성훈은 '키에 비해서는 거리가 나가는 편'이라고 해도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97.6야드로 65위, 지난 시즌에는 293.1야드로 122위에 그쳤다.
KPGA 투어 미디어 가이드북에 그의 '장기샷'이 '아이언샷'이라고 나와 있지만 그린 적중률에서도 올해 65.56%로 127위에 불과하다.
라운드 당 퍼트 수 역시 28.9개로 100위 등 기록으로 봐서는 그의 우승을 설명할 방도가 마땅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7월에는 3위를 차지한 퀴큰 론스 내셔널 대회 도중 동반 플레이를 펼친 조엘 데이먼(미국)과 드롭 위치를 놓고 논쟁이 붙었고, 데이먼으로부터 '속임수를 썼다'는 비난을 들었다.
데이먼이 친구 등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국 현지 매체들과 인터뷰하며 물고 늘어졌다.
결국 PGA 투어에서도 "경기 위원 및 선수, 캐디들의 말을 종합한 결과 강성훈의 입장을 반박할 증거가 없다"고 논란을 정리했지만 강성훈으로서는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을 터였다.
158차례 대회에 나와 한 번도 우승이 없었지만 끈기 있게 버텨온 강성훈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94야드로 13위, 그린 적중률 79.2%(57/72)로 17위,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수 1.61개로 3위 등 전체적인 샷이 조화를 이뤘다.
브룩스 켑카, 스콧 피어시, 맷 에브리(이상 미국) 등 쟁쟁한 PGA 투어 선수들을 따돌리고 생애 첫 우승의 꿈을 이룬 강성훈은 '고진감래'에 이어 '대기만성'이라는 다음 사자성어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