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원내 교섭단체 중심으로 가자는 견해에 고민스럽다"
국회 정상화 위해 한국당 요구 수용시 평화·정의 강력 반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정 상설협의체에 교섭단체 3당만 참여해야 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요구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고심하고 있다.

'여야 5당 참여'가 원칙이긴 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 한국당의 요구도 열어놓고 검토할 수 있다는 쪽으로 당내 기류도 조심스럽게 바뀌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 재가동 카드가 한국당의 국회 복귀를 이끌어 꽉 막힌 교착 정국을 해결할 돌파구가 될지 주목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13일 오전 국립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나 "기존 여야정 협의체가 5개 당으로 출발했는데, 출발 당시와 다르게 지금 원내 교섭단체 중심으로 가자는 견해가 제기돼 조금 고민스럽다"며 "두 주장이 병립하거나 통합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선 제1야당인 한국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여소야대(與小野大) 지형에서 민생·개혁 입법을 처리하려면 협의체에서 배제하려고 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도움 역시 절실하다는 것이 이 원내대표가 고민하는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그동안 '여야 5당의 협의 정신을 훼손할 수 없다'며 한국당 요구에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인 것과는 달리 원내사령탑이 '고민스럽다'고 밝히면서 일부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로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전날 당정청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교섭단체 3당 참여' 주장에 대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단독회담보다는) 검토할 필요가 조금 더 있다"며 "원내대표가 논의하겠지만, 그럴 경우 비교섭단체 대표들에게 사전에 양해와 이해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원내 핵심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이 국회의 오랜 관행"이라며 "교섭단체만 협의체에 참여하는 문제를 열어놓고 생각해 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與, '3당만 참여' 여야정 협의체 고심…"열어놓고 검토"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여야정 협의체는 지난해 11월 5일 첫 회의를 했다.

당시 분기마다 1회 회의를 하기로 합의했으나 첫 회의 이후 여야정 협의체가 열린 적은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 출국에 앞서 탄력근로제 개선 법안 등과 관련한 여야 합의가 어려울 경우 여야정 협의체를 가동하면 좋겠다는 뜻을 민주당 지도부에 밝힌 바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여야 대표 회담 제안과 함께 여야정 협의체가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틀 카드로 떠올랐으나 한국당이 교섭단체 3당만 참여해야 한다고 맞서면서 재가동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정국 교착이 이어지면서 여권이 추진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과 민생·개혁 법안 처리가 줄줄이 막힌 점은 민주당의 고민거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만큼 민주당이 한국당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민주당이 여야정 협의체를 교섭단체만 참여하는 카드를 검토하고 실제로 현실화하면 평화당과 정의당의 강력한 반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는 통화에서 "여야정 협의체의 컨셉이 5당이 다 참여하는 것으로 잡혀 교섭단체 3당만으로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도 통화에서 "국회의장과 5당 원내대표가 격주로 만나는 것도 정례화한 상황에서 여야정 협의체에 교섭단체만 참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