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원대 횡령 혐의' 구속 전주 완산학원 설립자의 언급
아내는 법인이사·아들 이사장·딸은 학교실장…족벌사학
교실을 사택 개조한 '사학비리 결정판'…"공기 맑아 그랬다"
"그곳 공기가 맑아서 살았습니다."

완산중학교 교실을 개조해 사적 용도로 사용한 전주 완산학원 설립자이자 전 이사장 김모(74)씨가 검찰에서 한 말이다.

완산중 부근에는 전주 시민의 등산로로 사랑받는 학산이 있다.

그만큼 공기가 맑다.

교실을 리모델링한 김씨는 옷방과 욕실, 살림살이를 갖춰놓고 수년간 살았다.

멋모르고 살림집(?)에 갔던 신입생들은 깜짝 놀라 발걸음을 돌리는 일이 다반사였다고 한다.

김씨의 아내는 법인 이사를, 아들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딸은 학교 실장이다.

전형적인 '족벌 사학'이었다.

학교법인을 주물럭거린 김씨의 범행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전주지검은 계약액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수십억 원대의 교비를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횡령 등)로 김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같은 혐의로 법인 사무국장 정모(52)씨를 구속기소 했다.

이들은 2009년부터 최근까지 공사와 설비 업체 등과 계약하면서 계약액을 높여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30억원대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각종 공사와 시설 용품 구매 과정에서 단가를 부풀려 수십 개 업체와 계약한 뒤 차액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서만 작성해 공사비가 지급된 것처럼 꾸며놓고 실제 공사는 행정실 시설관리직원들에게 시키기도 했다.

김씨는 2014년에도 학교 도서실을 사택으로 개조했다가 적발돼 이사장직을 박탈당하자 그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 대상자는 1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수사가 확대 중인 상황에서 피고발인인 중학교 교감은 지난 7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교감은 "김씨가 자신에게 (죄를) 미룬다"는 취지로 유서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전북도교육청이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를 보면 완산학원 관련자들의 범행은 '사학 비리의 결정판'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완산학원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연 118차례의 이사회가 의사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효인데 허위로 회의록을 작성한 뒤 학교운영 중요사항을 교육청에 거짓으로 승인 요청을 했다.

김씨는 또 아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학교 옥상을 20년간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해 아들에게 수익을 밀어줬다.

검찰은 수사가 끝나면 교비 횡령 액수는 훨씬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사학 비리"라며 "공소시효와 무관하게 수사해 사학 비리를 발본색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북교육청은 학교법인 해산을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