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故염호석 사건서 삼성 대리인 노릇…장례·합의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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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 "정보관 종용으로 노조장→가족장"
'브로커' 발굴해 "노조원들이 운구차 막는다" 112신고 시켜…시신 반출 2014년 노동조합 탄압에 반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의 장례 과정에 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경찰 정보관의 개입을 정당한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객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 씨는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염 씨에게서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도 나왔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염 씨의 부친은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개월간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회사 측 의도에 따라 정보관들이 장례 형식을 변경하도록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 정보국 김모 경정(노정팀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에 따라 5월 18일 염 씨 부친을 만나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설득하는 데 개입했다.
그는 회사 측이 염 씨의 계모 최모 씨에게 3억원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석했으며 회사를 대신해 합의금 6억원 중 잔금 3억원을 직접 유족에게 전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정보관들이 삼성 측에 노조 동향 등 주요 정보를 수시로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하모 과장과 김모 계장은 5월 18일 유가족의 동선을 삼성 측에 알려주고 경남경찰청 정보과 간부로부터 가족장으로 합의를 주선해달라는 전화를 받아 삼성 측과 유가족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같은 날 강남서 정보관은 서울의료원에 있는 노조의 동향 및 현장 상황 정보를 수차례 삼성 측에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보관들은 삼성 측 부탁을 받고 아버지 염 씨와 친분이 있는 이모 씨를 찾아 브로커로 동원하기도 했다.
서울의료원에 도착한 브로커 이 씨는 경찰 정보관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노조원들이 운구차를 못 나가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했다.
이 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시신을 지키던 노조원들이 강제 연행됐다.
반출된 염 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조사결과, 양산서 김 계장은 장례가 마무리된 후인 5월 22일 경남 양산의 한 주유소 인근에서 삼성 측 임직원을 만나 현금 1천만원을 건네받았다.
이 돈으로 양산서 정보관 14명이 양복을 맞춰 입고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계장은 또 재판과정에서 양복과 회식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500만원을 본인과 하 과장이 각각 300만원, 200만원씩 나눠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 정보관들이 회사 측 임직원들과 협력해 고인이 유서에서 밝힌 노조장을 가족장으로 변경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했다는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찾아내 삼성에 소개하고 합의 조건과 금액까지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의 친모는 철저히 장례절차에서 배제되고 화장장에서 유골을 마지막으로 볼 기회마저도 경찰에 의해 차단됐다"며 "한 마디로 정보관들은 삼성 측의 대리인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이처럼 정보관들이 삼성 편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유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윗선의 개입에 대한) 단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컨트롤타워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돼 (조사 대상자의)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가 전직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마땅한 법적 권한이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당시 경찰청 경비국장은 진상조사위의 조사에 응했으나 정보국장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는 권고문에서 경찰이 염 씨의 모친인 김모 씨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정보관이 노사관계에서의 객관 의무를 어기는 등 경찰의 활동이 관리·통제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할 것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집회·시위 등과 관련해 정보경찰의 정보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활동내용을 평가·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염호석 열사의 천인공노할 시신 탈취 사건은 그 누구의 일탈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무소불위의 삼성 재벌과 뒤틀린 공권력이 공모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관계자 전원에 대한 수사와 처벌, 정보경찰의 폐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브로커' 발굴해 "노조원들이 운구차 막는다" 112신고 시켜…시신 반출 2014년 노동조합 탄압에 반발해 극단적 선택을 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고(故) 염호석 씨의 장례 과정에 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당시 경찰 정보관의 개입을 정당한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객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는 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센터 분회장이었던 염 씨는 2014년 5월 17일 강원도 강릉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염 씨에게서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뿌려주세요"라고 적힌 유서도 나왔다.
노조는 유족 동의를 얻어 노동조합장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하고 서울의료원에 빈소를 마련했으나, 염 씨의 부친은 가족장으로 치르겠다고 갑자기 마음을 바꿨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6개월간 이 사건을 조사한 결과 회사 측 의도에 따라 정보관들이 장례 형식을 변경하도록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청 정보국 김모 경정(노정팀장)은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에 따라 5월 18일 염 씨 부친을 만나 가족장으로 장례를 치르도록 설득하는 데 개입했다.
그는 회사 측이 염 씨의 계모 최모 씨에게 3억원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석했으며 회사를 대신해 합의금 6억원 중 잔금 3억원을 직접 유족에게 전하기도 했다.
진상조사위 조사결과 정보관들이 삼성 측에 노조 동향 등 주요 정보를 수시로 전달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하모 과장과 김모 계장은 5월 18일 유가족의 동선을 삼성 측에 알려주고 경남경찰청 정보과 간부로부터 가족장으로 합의를 주선해달라는 전화를 받아 삼성 측과 유가족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
같은 날 강남서 정보관은 서울의료원에 있는 노조의 동향 및 현장 상황 정보를 수차례 삼성 측에 제공한 것으로도 조사됐다.
정보관들은 삼성 측 부탁을 받고 아버지 염 씨와 친분이 있는 이모 씨를 찾아 브로커로 동원하기도 했다.
서울의료원에 도착한 브로커 이 씨는 경찰 정보관들과 사전 협의를 거쳐 '노조원들이 운구차를 못 나가도록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의 112신고를 했다.
이 씨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시신을 지키던 노조원들이 강제 연행됐다.
반출된 염 씨 시신은 부산으로 옮겨져 화장됐다.
조사결과, 양산서 김 계장은 장례가 마무리된 후인 5월 22일 경남 양산의 한 주유소 인근에서 삼성 측 임직원을 만나 현금 1천만원을 건네받았다.
이 돈으로 양산서 정보관 14명이 양복을 맞춰 입고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계장은 또 재판과정에서 양복과 회식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500만원을 본인과 하 과장이 각각 300만원, 200만원씩 나눠 가졌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은 "이번 사건의 핵심은 경찰 정보관들이 회사 측 임직원들과 협력해 고인이 유서에서 밝힌 노조장을 가족장으로 변경하는 데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했다는 것"이라며 "유족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의 인물을 찾아내 삼성에 소개하고 합의 조건과 금액까지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의 친모는 철저히 장례절차에서 배제되고 화장장에서 유골을 마지막으로 볼 기회마저도 경찰에 의해 차단됐다"며 "한 마디로 정보관들은 삼성 측의 대리인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이처럼 정보관들이 삼성 편에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과정에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유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윗선의 개입에 대한) 단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보고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컨트롤타워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반적으로 (검찰의) 수사가 진행돼 (조사 대상자의)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위가 전직 경찰 고위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강제할 마땅한 법적 권한이 없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당시 경찰청 경비국장은 진상조사위의 조사에 응했으나 정보국장은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상조사위는 권고문에서 경찰이 염 씨의 모친인 김모 씨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정보관이 노사관계에서의 객관 의무를 어기는 등 경찰의 활동이 관리·통제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할 것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정보활동 범위를 경찰관직무집행법상 경찰의 직무에 부합하도록 개정하고 집회·시위 등과 관련해 정보경찰의 정보 내용을 분석하는 한편 활동내용을 평가·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문을 내고 "염호석 열사의 천인공노할 시신 탈취 사건은 그 누구의 일탈로 발생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라며 "무소불위의 삼성 재벌과 뒤틀린 공권력이 공모한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사건 관계자 전원에 대한 수사와 처벌, 정보경찰의 폐지를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