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객장에서 고객에게 종목상담을 해주는 데 머물렀던 프라이빗뱅커(PB)들의 영업 방식이 최근 ‘찾아가는 종합 재무 컨설팅 서비스’로 진화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경력 10년 이상 PB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장 방문 컨설팅에 하루 근무시간의 48%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4일 발표했다. 이는 영업점에서 상담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던 과거와 확 달라진 모습이란 설명이다. PB별로 하루 평균 9㎞, 주 단위로는 마라톤 완주 거리보다 긴 45㎞를 이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PB가 갖춰야 할 역량도 달라지고 있다. PB의 전통적인 역량으로 꼽혔던 ‘상품, 종목 관련 시장정보(24%)’보다 ‘투자은행(IB) 등 법인영업 관련 지식(25%)’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종합 자산관리 컨설팅을 위한 ‘부동산·세무 지식(21%)’이 필수적이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주식 트레이딩 역량’은 8.3%에 그쳤다. 10년 전 비슷한 설문조사에선 ‘시황, 종목 관련 시장정보(53%)’와 ‘주식 트레이딩 역량(33%)’이란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진윤선 송도WM지점 PB팀장은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개별종목 및 금융투자상품 투자는 온라인이나 모바일 플랫폼이 PB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며 “PB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재무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직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경 반포WM지점 PB팀장은 “고액자산가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을 경영하는 오너 기업인들은 가업 승계에 관심이 많다”며 “부동산, 세무, 기업금융에 대한 지식과 경험은 물론 본사 및 외부 전문가 그룹과 연계해 최적의 솔루션을 도촐해낼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네트워크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이를 위해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늘리는 등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고액자산가 전담 영업점 브랜드였던 ‘SNI’를 VVIP 컨설팅 브랜드로 지난 3월 바꿔 전국 영업점에서 예탁자산 30억원 이상 고객에게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연 1회 이상 현장을 찾아 상담을 해주는 컨설팅 조직도 새로 꾸렸다. 지난달에는 가업승계 종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가업승계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사재훈 삼성증권 리테일부문장은 “자산관리와 IB, 개인과 법인 간 영업의 경계가 급속도로 허물어지고 있다”며 “PB를 종합 재무 컨설팅 서비스로 차별화하려는 증권사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