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방식' 이견에 더해 북미간 쟁점 부상…'기싸움' 심화
'법적 절차'로 美도 유연성 발휘 어려워…한동안 대치 이어질 듯
北美 대치전선 '선박압류'로 확대…더 꼬이는 대화 재개
미국이 대북제재 위반 혐의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자, 북한이 14일 "날강도적인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에 어둠이 짙어지고 있다.

북미는 지난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비핵화 방식 등에 대한 이견으로 결렬된 뒤 마땅히 대화 재개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왔는데 대치 전선이 '선박 압류'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일단은 북한이 대미 압박의 수위를 높여 정세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끌고 가려는 기 싸움의 차원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지만, 입장 표명의 형식과 내용에서 모두 심상찮은 측면이 있어 여파가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선박 억류를 문제 삼았다.

이는 북한이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내놓은 대미 비난의 형식으로는 가장 높은 수위다.

북한은 최근 주로 최선희 제1부상이나 미국담당국장,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등 외무성 고위인사를 내세워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으로 대미 비난을 해왔는데 보다 공식적인 형식을 동원해 미국을 압박한 것이다.

동원한 수사도 "후안무치", "날강도적인 행위" 등으로 거칠다.

또 "새로운 조미관계수립을 공약한 6·12 조미공동성명의 기본정신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선박압류를 미국의 신뢰 훼손 행동으로 여기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선박을 돌려달라며 '정세 발전에 어떤 후과를 초래할지 숙고하라'고 위협한 대목에서도 이를 북미관계의 쟁점으로 부각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北美 대치전선 '선박압류'로 확대…더 꼬이는 대화 재개
미국도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이 사안을 둘러싼 북미간 대치 국면이 이어질까 우려된다.

미 법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북한 석탄을 불법 운송하는 데 사용돼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한 몰수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위해 이 선박에 대한 압류조치를 취했다.

미 사법당국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개보수와 장비 구매, 서비스 비용 등이 미국 금융기관 계좌를 통해 송금된 점을 들어 직접 법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이미 사법절차에 들어간 이상 유연성을 발휘할 여지는 크지 않다.

무엇보다 미국도 어느 정도 북한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이번 조치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커 북한의 압박에 민감하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1년 이상 인도네시아에 억류돼 있던 북한 선박에 대해 몰랐던 게 아니다"면서 "작년에도 알았는데 하노이 때까지는 참다가 북한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절차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사안이 북핵 협상 판을 근본적으로 흔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멕시코가 지난 2014년 북한 화물선 '무두봉호'를 유엔 제재대상 회사 소속이라는 이유로 억류했을 때도 북한은 유엔대표부를 내세워 '미국의 압력이 있었다'며 반발했지만, 여파가 크지는 않았다.

물론 당시는 북미 협상이 진행되던 상황이 아니었고 미국이 직접 억류한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과는 다르지만, 북한의 자국 선박 억류에 대한 기본 입장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신범철 센터장은 "북미 간에 비핵화 대화가 진행돼 분위기가 좋아지면 북한도 넘어갈 수 있으며 미국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