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훈 바텍 대표 "업무 늦어지면 CEO 책임" 결재 빠른 '1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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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탐구
치과용 엑스레이 고객 찾아
1년에 지구 두 바퀴
세계 3대 치과용 엑스레이
'스피드 경영'이 바텍 철학
삼성에서 익힌 '일류 DNA'
치과용 엑스레이 고객 찾아
1년에 지구 두 바퀴
세계 3대 치과용 엑스레이
'스피드 경영'이 바텍 철학
삼성에서 익힌 '일류 DNA'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를 제조하는 바텍의 김모 팀장은 최근 급하게 최고경영자(CEO)의 결재가 필요했다. 공교롭게도 현정훈 대표(61)는 미국 출장 중이었다. 김 팀장은 전자결재 시스템을 확인한 뒤 눈을 의심했다. 결재 안을 올린 지 불과 몇 초 만에 대표의 결재가 이뤄져서다. 시차 때문에 잠을 못 이루던 현 대표가 전자결재 코너를 열어본 뒤 곧바로 사인한 것이다.
현 대표의 별명은 ‘1초맨’이다. 결재와 결정이 빠르다는 의미에서 직원들이 붙여줬다. 그의 근무지는 전 세계다. 본사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지만 수시로 출장을 간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 독일 미국 등 한 해에 평균 지구 두 바퀴 이상을 돈다. 해외 법인은 16개, 대리점은 약 100개국에 흩어져 있다. 수시로 현지 법인과 소통하고 대형 유통사도 찾는다. 중견기업이지만 글로벌 유통망은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바텍은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 분야 세계 3대 메이커다. 치과에서 치아 사진을 찍는 장비다. 현 대표는 “올해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시장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회사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물론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심사숙고한다. 일단 결정된 내용이 경영자의 확인 과정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지체시키면 ‘CEO의 직무유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퇴근 후 휴일에도 이메일과 결재를 수시로 확인한다. 영업 마케팅본부를 미국 뉴저지에
바텍은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올린다. 판매지역은 유럽, 북미, 아시아, 한국이 각각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경기가 침체돼도 타격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현 대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마케팅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초 본사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글로벌 영업 및 마케팅 본부를 국내에 뒀다. 하지만 100개국에 수출하는 지금은 주요 기능을 모두 국내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외영업과 마케팅의 핵심 기능을 북미지역으로 이관한 이유다. 미국 뉴저지가 해외 마케팅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현 대표는 “현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핵심 기술 개발, 해외에서는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해 분야별로 최선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작년 매출은 2344억원,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2017년보다 7.1% 늘어났다.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된다. 지난 1분기 매출이 5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9%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대륙별 거점 구축…시장 특성별 공략
세계 일류기업이 되려면 무엇보다 브랜드가 일류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삼성SDI(상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상무)를 거친 그는 삼성에서 일류기업 DNA(유전자)를 몸에 익혔다. 2010년 바텍의 관계사로 디텍터(디지털 엑스레이 진단장비 핵심부품)를 제조하는 레이언스 대표를 맡아 성장 기틀을 다졌다. 지난해 3월 바텍의 공동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았다. 지난 3월부터는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바텍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품질 혁신과 서비스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년 보증제도’가 그중 하나다.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다. 바텍은 핵심 기술인 엑스레이 디텍터를 비롯해 전자·기계장치와 소프트웨어 등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를 생산하기 위한 모든 기술을 갖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요자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그는 “올해 유럽지역 통합 교육 및 서비스를 위해 체코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격차 없이 고품질 서비스를 즉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주요 대륙별 거점을 마련하고 성장의 발판이 될 이머징 시장을 새로 발굴했다.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을 주축으로 중동과 인도네시아 스페인 체코 등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의 체질을 개선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도 펴고 있다. 중국은 소득 수준 향상으로 임플란트 시장 확대 등 치과 의료 서비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필요한 치과용 3차원(3D)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인증받았다. 중국 현지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품질과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중국 내 경쟁 기업이 많은데도 바텍은 2차원 장비 분야에서 1위를 굳혔고 3차원 분야에서 조만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비용 부담 때문에 대형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 도입이 아직 미진한 상태다. 이 시장에선 입안에 넣고 치아 한두 개를 간단히 촬영하는 ‘인트라 오럴 엑스레이 장비’로 공략했다. 이를 통해 인도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리더”
현 대표는 “일류기업이 되려면 기업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일류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텍은 세계 각국 현지에서 24시간, 365일 각자 다른 언어로 일하는 기업이다 보니 협업이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 지역에서 중요 정보와 전략 자료를 수시로 내려받아 공유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 내 일이 회사의 목표 달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 같은 중견기업이 미래를 보고 현재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1위를 지켜내기는커녕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텍의 고객은 전 세계 치과병원이다. 단일한 공급처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다. 각국의 법인이나 대리점이 고객을 매일 상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1위가 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이 일류가 돼야 한다는 게 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본을 중시한다.
현 대표는 “리더의 역할은 임직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꾸준히 하도록 독려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역할을 새롭게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훈 대표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1976년 대전고 졸업
△1980년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1984~2008년 삼성SDI 근무
△2008~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2010~2018년 레이언스 대표
△2018년~ 바텍 대표(현)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나수지 기자 nhk@hankyung.com
현 대표의 별명은 ‘1초맨’이다. 결재와 결정이 빠르다는 의미에서 직원들이 붙여줬다. 그의 근무지는 전 세계다. 본사는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지만 수시로 출장을 간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론 독일 미국 등 한 해에 평균 지구 두 바퀴 이상을 돈다. 해외 법인은 16개, 대리점은 약 100개국에 흩어져 있다. 수시로 현지 법인과 소통하고 대형 유통사도 찾는다. 중견기업이지만 글로벌 유통망은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바텍은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 분야 세계 3대 메이커다. 치과에서 치아 사진을 찍는 장비다. 현 대표는 “올해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시장에서 세계 정상에 올라서는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달성하려면 회사가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물론 전략적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심사숙고한다. 일단 결정된 내용이 경영자의 확인 과정 때문에 직원들의 업무 수행을 지체시키면 ‘CEO의 직무유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퇴근 후 휴일에도 이메일과 결재를 수시로 확인한다. 영업 마케팅본부를 미국 뉴저지에
바텍은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올린다. 판매지역은 유럽, 북미, 아시아, 한국이 각각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경기가 침체돼도 타격을 받는 구조가 아니다. 현 대표는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마케팅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당초 본사가 한국에 있다는 이유로 글로벌 영업 및 마케팅 본부를 국내에 뒀다. 하지만 100개국에 수출하는 지금은 주요 기능을 모두 국내에 둘 필요가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해외영업과 마케팅의 핵심 기능을 북미지역으로 이관한 이유다. 미국 뉴저지가 해외 마케팅본부 역할을 하고 있다. 현 대표는 “현지를 더 잘 이해하고 더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핵심 기술 개발, 해외에서는 영업과 마케팅에 집중해 분야별로 최선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매출로 이어졌다. 작년 매출은 2344억원, 당기순이익은 350억원에 달했다. 매출이 2017년보다 7.1% 늘어났다. 성장세는 올해도 계속된다. 지난 1분기 매출이 57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9% 증가했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대륙별 거점 구축…시장 특성별 공략
세계 일류기업이 되려면 무엇보다 브랜드가 일류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확고한 지론이다.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를 나와 삼성SDI(상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상무)를 거친 그는 삼성에서 일류기업 DNA(유전자)를 몸에 익혔다. 2010년 바텍의 관계사로 디텍터(디지털 엑스레이 진단장비 핵심부품)를 제조하는 레이언스 대표를 맡아 성장 기틀을 다졌다. 지난해 3월 바텍의 공동대표와 각자대표를 맡았다. 지난 3월부터는 단독대표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바텍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품질 혁신과 서비스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10년 보증제도’가 그중 하나다.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한 기업이 아니면 시도하기 어렵다. 바텍은 핵심 기술인 엑스레이 디텍터를 비롯해 전자·기계장치와 소프트웨어 등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를 생산하기 위한 모든 기술을 갖고 있다. 서비스 측면에서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수요자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 그는 “올해 유럽지역 통합 교육 및 서비스를 위해 체코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아시아, 북미, 유럽에서 격차 없이 고품질 서비스를 즉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매출을 늘리기 위해 주요 대륙별 거점을 마련하고 성장의 발판이 될 이머징 시장을 새로 발굴했다. 북미 중국 등 주요 시장을 주축으로 중동과 인도네시아 스페인 체코 등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기존 법인의 체질을 개선했다.
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략도 펴고 있다. 중국은 소득 수준 향상으로 임플란트 시장 확대 등 치과 의료 서비스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필요한 치과용 3차원(3D) CT(컴퓨터단층촬영)를 인증받았다. 중국 현지 제품과 비교할 수 없는 품질과 합리적 가격으로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중국 내 경쟁 기업이 많은데도 바텍은 2차원 장비 분야에서 1위를 굳혔고 3차원 분야에서 조만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는 비용 부담 때문에 대형 디지털 엑스레이 장비 도입이 아직 미진한 상태다. 이 시장에선 입안에 넣고 치아 한두 개를 간단히 촬영하는 ‘인트라 오럴 엑스레이 장비’로 공략했다. 이를 통해 인도시장에서 1위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
“구성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게 리더”
현 대표는 “일류기업이 되려면 기업의 전략도 중요하지만 ‘일류 구성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텍은 세계 각국 현지에서 24시간, 365일 각자 다른 언어로 일하는 기업이다 보니 협업이 어려웠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했다. 각 지역에서 중요 정보와 전략 자료를 수시로 내려받아 공유하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 내 일이 회사의 목표 달성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는 “우리 같은 중견기업이 미래를 보고 현재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1위를 지켜내기는커녕 생존조차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바텍의 고객은 전 세계 치과병원이다. 단일한 공급처에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아니다. 각국의 법인이나 대리점이 고객을 매일 상대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는 만큼 1위가 되기 위해 전체 구성원이 일류가 돼야 한다는 게 현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기본을 중시한다.
현 대표는 “리더의 역할은 임직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꾸준히 하도록 독려하고 직원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역할을 새롭게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정훈 대표 약력
△1958년 서울 출생
△1976년 대전고 졸업
△1980년 서울대 공대 기계설계학과 졸업
△1984~2008년 삼성SDI 근무
△2008~2009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상무
△2010~2018년 레이언스 대표
△2018년~ 바텍 대표(현)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나수지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