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그동안 중국에 집중됐던 외국 생산시설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격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美·日기업, 脫중국…생산시설 제3국 이전 잇따라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 기업 상당수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수출을 노리고 생산비용이 낮은 중국에서 생산시설을 확충해왔던 전자부품, 신발, 완구, 시계 업체 등이 탈(脫)중국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상품의 약 40%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소비재인 만큼 범용제품 생산업체로선 더 이상 중국에서의 생산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소형 비디오카메라 제조업체인 고프로는 올여름 미국 수출용 제품의 생산시설을 중국에서 멕시코로 이전하기로 했다. 닉 우드먼 고프로 최고경영자(CEO)는 “관세 인상의 충격파를 피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신발 제조업체인 스케쳐스USA도 중국 대신 인도와 베트남의 생산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대형 완구 제조업체 하스브로는 장난감 제품 생산의 중국 의존도를 현재의 70% 선에서 내년 말까지 60%대로 낮출 계획이다.

중국 생산시설 비중을 줄인다는 분위기는 미국 제조업체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컴퍼니가 올초 미국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기업의 60%가 “12개월 안에 공급망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 수출용 제품의 생산기지로 중국을 주목했던 일본 기업도 바뀌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피할 수 없게 돼서다. 중국에서 중저가 시계를 생산하던 일본 시티즌시계는 기존 중국 생산시설 대신 태국 공장의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게이힌도 미국 수출용 일부 제품 생산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디지털카메라 일부 제품을 중국에서 제조하고 있는 소니는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패스트리테일링도 미국 수출용 제품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방글라데시로 옮길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의 중국 관세 공세가 일본 기업의 글로벌 생산 구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중국 내 생산시설의 인력 조정이나 생산시설 이관 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