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7000억원을 넘어섰다. 두 달 연속 최고치 경신이다. 구직급여 지급액 기준이 되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른 데다 건설업과 자영업 경기가 나빠진 탓이다. 구직급여 지급액이 예상보다 크게 늘면서 고용보험기금 안정성이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업급여 '밑빠진 독'…4월 지급액 35% 늘었다
건설·숙박업 등 불황 여파

1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4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4월 구직급여 지급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35.4%(1930억원) 증가한 7382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7년 1월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비자발적 실업의 추이를 보여주는 구직급여 지급액은 올 들어 계속 치솟고 있다. 지난 1월(6256억원)과 3월(6397억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4월에는 7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구직급여를 받은 실직자도 52만 명을 기록해 전년 동월(45만5000명)보다 14.2% 늘었다. 3월(50만6000명)에 이어 두 달 연속 50만 명을 넘어섰다. 구직급여를 새로 신청한 인원은 9만7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9만 명)보다 7.6% 늘었다.

고용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으면서 구직급여 지급액 규모와 이를 받는 실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구직급여 신청자가 크게 불었다. 지난달 건설업 구직급여를 받은 실직자는 6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7% 늘었다. 숙박·음식점업은 18.5% 늘어난 2만9000명에 달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건설 현장에 몸담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의 구직급여 신청이 늘었다”며 “숙박·음식점업은 자영업자 폐업률(창업 대비 폐업한 사업자 비율)이 최근 80%에 달하는 등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이 급증한 것은 우선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크다. 지급 하한선이 최저임금의 90%로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구직급여 하한선이 오르면 상한선도 오른다. 구직급여를 신청할 수 있는 고용보험 가입자가 불어난 영향도 있다. 지난달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1361만10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만8000명(4.0%) 늘었다. 3월에 이어 두 달 연속 50만 명가량 늘었다.

고용보험기금, 안정성 흔들리나

올해 1~4월 구직급여 지출액은 2조6164억원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 들어 구직급여 지급액이 치솟으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계정(구직급여 및 모성보호 육아 지원금 등) 지출이 올해 사상 처음으로 9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7조7198억원)보다 1조4707억원(19.0%) 늘어난 규모다. 구직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월급여의 0.65%씩 매달 부담해 조성한 고용보험기금에서 나간다.

이처럼 구직급여 지출액이 늘면서 고용보험기금의 안정성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고용보험기금은 지난해 275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현재 1.3%인 고용보험기금 보험료율을 1.6%로 인상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 적립액이 5조원에 달하고 고용보험 가입자 수도 월 50만 명씩 늘어나는 등 보험료 징수가 늘고 있다”며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오는 7월 1일부터 보험료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백승현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