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들은 ‘IMF급’ 위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변기용 고려대 고등교육정책연구소장(교육학과 교수·사진)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대학사회는 급속한 양적 성장으로 형성된 구조적 문제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다”며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이어 “반값등록금으로 인한 대학들의 재정난은 이 같은 위기의 현실화 시점을 앞당기는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변 교수는 “대학의 재정난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4년제 사립대 중심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4년제 대학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해주지 않고, 많은 경우 졸업 후 진로가 전공과 무관한데도 대다수 학생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려는 문화는 천문학적인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4년제 사립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직업교육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업교육 확대로 4년제 대학 숫자가 줄어들면 정부는 대학에 대한 재정투자를 늘릴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대학들도 재정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변 교수는 폴리텍대 등 기능대학의 역할 강화와 공영형 전문대학의 도입을 직업교육 확대를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폴리텍대는 사실상 공립으로 등록금이 일반 사립 전문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을 저렴하게 습득할 수 있다”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폴리텍대나 공영형 전문대학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운 뒤 원하는 학생만 4년제 대학에 편입하는 문화가 정착되면 사회적 비용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유연하고 개방적인 학사 운영을 기능대학 역할 확대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했다. 폴리텍대와 같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간의 모듈화된 교육과정을 다양하게 운영해야 학생들이 직장을 다니면서도 수월하게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