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영의 개러지에서] 무역전쟁에 속 터지는 BMW·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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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의 '관세 포탄'이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국내에서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다투는 벤츠와 BMW의 경우 사실상 '직격탄'을 맞았다. 벤츠의 모(母)회사 다임러를 비롯한 BMW와 폭스바겐의 기업가치(주가)가 주저앉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된 지난 한 주간 독일 증시에서 BMW와 폭스바겐 그룹의 주가는 5~7%가량 빠졌다. 4월 이후로는 BMW가 약 10%, 다임러와 폭스바겐은 8~9%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 기업은 올 1분기(1~3월) 내내 끌어올린 주가 상승분을 한 달여 만에 모두 반납했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중국 시장의 역성장 그리고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규제 등 삼중고가 겹친 탓이다. BMW와 다임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와 37% 급감했었다.
세계 최대 영업무대인 중국이 휘청대면 벤츠도 BMW의 속도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독일 브랜드 자동차 3대 중 1대꼴로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브랜드는 4년 전부터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진 그 시기였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분쟁 타깃이 독일뿐 아니라 EU 28개국으로까지 향했다. 미국의 EU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위협은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커다란 악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독일 자동차의 절반(56%)가량이 아직도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어서다. BMW와 벤츠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 자동차로 급한 불을 끄려고 준비 중이다. 배기가스란 규제와 무역분쟁이란 변수가 전기차 개발에 채찍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유독 전기차 비중만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는 4개월째 쪼그라들었다. 2018년 6월 이후 지난 4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다. 미중 무역마찰과 경기둔화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4월 중국 자동차 전체 판매는 150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 수요는 고(高)성장세다. 중국에서 4월 전기차(EV/PHEV) 판매는 8만6000여대로 전년에 비해 24.6%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전기차 판매비중은 5.7%인데 이는 작년 4월(3.8%)과 비교해 보면 성장 추세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2020년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원년이다. 우선 폭스바겐 ID 시리즈의 대중 모델이 판매된다. 벤츠는 사상 첫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시승기를 지난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했다.
폭스바겐 이사회의 세일즈 총괄인 위르겐 스탁만은 "2025년까지 20개 이상의 순수 전기 구동 모델과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량을 갖춰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부도 차업계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자동차 산업은 유럽 내 교역액의 40%를 차지한다. 원재료(철강)부터 부품, 조립라인에 이르기까지 공급체인이 유럽 전체를 포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증시(DAX)에서도 자동차 업종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교통부 장관은 지난 주말 "전기차 보조금을 더 높일 계획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정부의 보조금은 전기차 구매 시 2000유로를 지급하고, 제조사에서도 2000유로를 보조해 준다.
독일 정부의 수정안은 앞으로 보조금을 2000유로에서 4000유로(3만유로 이하 전기차)로 높인다는 것이다. 대당 6만유로 이하의 고가 전기차 구매자도 기존 2000유로에서 500유로 더 지원받게 된다. 독일뿐 아니라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도 오는 2020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모델에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모델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구개발(R&D)에만 24조원을 투자했는데 2017년부터는 연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수십 년간 내연기관의 왕좌를 차지해온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다시 한번 전기차로 도약할 채비를 마치고 있다. 배기가스 규제와 무역전쟁이 이들 기업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 중인 이유가 무엇일까. 국내 완성차 업계가 가장 먼저 고민해 봐야 할 과제가 아닐까.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된 지난 한 주간 독일 증시에서 BMW와 폭스바겐 그룹의 주가는 5~7%가량 빠졌다. 4월 이후로는 BMW가 약 10%, 다임러와 폭스바겐은 8~9%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이들 기업은 올 1분기(1~3월) 내내 끌어올린 주가 상승분을 한 달여 만에 모두 반납했다. 글로벌 무역전쟁과 중국 시장의 역성장 그리고 유럽연합(EU)의 배기가스 규제 등 삼중고가 겹친 탓이다. BMW와 다임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와 37% 급감했었다.
세계 최대 영업무대인 중국이 휘청대면 벤츠도 BMW의 속도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독일 브랜드 자동차 3대 중 1대꼴로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브랜드는 4년 전부터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현지 생산과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2015년 디젤게이트가 터진 그 시기였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분쟁 타깃이 독일뿐 아니라 EU 28개국으로까지 향했다. 미국의 EU산 자동차에 대한 고율관세 부과 위협은 사실상 미중 무역전쟁보다 더 커다란 악재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독일 자동차의 절반(56%)가량이 아직도 유럽에서 생산되고 있어서다. BMW와 벤츠는 중국 시장에서 전기 자동차로 급한 불을 끄려고 준비 중이다. 배기가스란 규제와 무역분쟁이란 변수가 전기차 개발에 채찍질을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수요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유독 전기차 비중만 높아지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는 4개월째 쪼그라들었다. 2018년 6월 이후 지난 4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다. 미중 무역마찰과 경기둔화 영향에 따른 소비심리 부진이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4월 중국 자동차 전체 판매는 150만8000대로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기차 수요는 고(高)성장세다. 중국에서 4월 전기차(EV/PHEV) 판매는 8만6000여대로 전년에 비해 24.6%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전기차 판매비중은 5.7%인데 이는 작년 4월(3.8%)과 비교해 보면 성장 추세가 더욱 두드러져 보인다.
2020년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원년이다. 우선 폭스바겐 ID 시리즈의 대중 모델이 판매된다. 벤츠는 사상 첫 순수 전기차의 글로벌 시승기를 지난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진행했다.
폭스바겐 이사회의 세일즈 총괄인 위르겐 스탁만은 "2025년까지 20개 이상의 순수 전기 구동 모델과 연간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 판매량을 갖춰 이 분야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독일 정부도 차업계 살리기에 발벗고 나섰다. 자동차 산업은 유럽 내 교역액의 40%를 차지한다. 원재료(철강)부터 부품, 조립라인에 이르기까지 공급체인이 유럽 전체를 포괄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 증시(DAX)에서도 자동차 업종 비중이 20%에 육박할 정도다.
외신에 따르면 독일의 교통부 장관은 지난 주말 "전기차 보조금을 더 높일 계획이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독일 정부의 보조금은 전기차 구매 시 2000유로를 지급하고, 제조사에서도 2000유로를 보조해 준다.
독일 정부의 수정안은 앞으로 보조금을 2000유로에서 4000유로(3만유로 이하 전기차)로 높인다는 것이다. 대당 6만유로 이하의 고가 전기차 구매자도 기존 2000유로에서 500유로 더 지원받게 된다. 독일뿐 아니라 영국의 재규어 랜드로버도 오는 2020년부터 출시되는 모든 모델에 순수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 모델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연구개발(R&D)에만 24조원을 투자했는데 2017년부터는 연간 6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수십 년간 내연기관의 왕좌를 차지해온 독일 자동차 브랜드가 다시 한번 전기차로 도약할 채비를 마치고 있다. 배기가스 규제와 무역전쟁이 이들 기업에게 '악재'가 아닌 '호재'로 작용 중인 이유가 무엇일까. 국내 완성차 업계가 가장 먼저 고민해 봐야 할 과제가 아닐까.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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