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FVD까지 제재 유지" vs 러 "안전 보장"…'北 비핵화' 간극

미러 외교수장 회담…폼페이오 "北 FFVD" vs 라브로프 "한반도 전체 비핵화"
러 '북미대화 지지'·미 '같은 목표 공유' 입장 표명에도 온도차 노출

미국과 러시아 외교수장의 14일(현지시간) '소치 회담'에서는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접근론 등을 둘러싸고 양측간 간극이 다시 한번 노출됐다.

미·러 양측 모두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요성에는 한목소리를 내며 일단 양국 간 긴밀한 협의를 내세웠다.

그러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유엔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최대 압박 기조를 견지한 반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문제에 방점을 뒀다.

특히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에 대한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원칙을 재확인했지만, 라브로프 장관은 비핵화가 한반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비핵화 대상을 놓고 확연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양국 장관이 이날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에서 3시간여 동안 만난 뒤 가진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라브로프 장관은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먼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난 3일 전화 통화를 언급, "두 대통령이 대화에서 한반도 상황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했다"며 지난달 2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북러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푸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상회담에 관해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워싱턴과 평양 간 대화를 촉진하고 있으며, 그러한 대화를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리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의 강력한 체제를 창출하기 위해 종래에 노력해야 한다는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우리는 북한 지도부가 비핵화에 상응하는, 자국에 대한 일정한 안전 보장을 기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우리는 비핵화가 한반도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북한 비핵화' 입장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북한이 그동안 해온 주장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폼페이오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북한과 그 핵 프로그램에 대해 논의했다"며 "미국과 러시아는 비핵화의 목표에 대해 동의하며, 이에 대해 계속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그러나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우리가 유엔 제재의 완전한 이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나는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팀들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방식으로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장관의 발언을 두고 미·러 모두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양국의 협력을 강조했지만 다른 셈법을 다시 한번 노출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이 '북한의 FFVD'라는 목표를 분명히 하며 비핵화 대상을 북한으로 명시하고, 비핵화 견인을 위한 제재 이행 등 압박 유지에 방점을 둔 반면, 러시아는 '제재'라는 말을 직접 입에 올리는 대신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안전 보장'을 화두로 꺼내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전체 비핵화'를 적시한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러가 정상회담 등을 통해 밀착하는 상황을 경계해오며 러시아의 대북 압박 전선 이탈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해 왔다.

미 국무부도 그동안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미·러 간 간극을 인정하며 이를 좁히기 위해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양국 외교장관 회담에 이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나는 우리가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고 생각하며, 우리가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나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그는 미국이 주도해나갈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우리가 함께 협력할 지점들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푸틴 대통령과의 면담에 들어가면서 공개발언을 통해서도 "북한이나 아프가니스탄 등 일부 분야에 대한 우리의 협력은 탁월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모두발언을 시작하면서 푸틴 대통령과 라브로프 장관이 초청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라브로프 장관을 '총리'(Prime Minister)라고 호칭하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국무부는 이후 배포한 발언록에서 이에 대해 정정 공지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1차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전인 지난해 5월 평양으로 향하는 전용기 내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은 위원장'으로 호칭, '북미 협상 책임자가 '성'도 몰랐던 것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