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동체 한땀한땀 만드는 아스트 "유상증자 우려, 실적으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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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경남 사천시 종포산업단지에 위치한 아스트 공장은 분주했다. 항공기 부품 업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기계장비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오산이었다. 항공기 부품은 정밀하기 때문에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이 아스트 측 설명이다.
스킨(항공기의 겉면) 스트링거(항공기의 뼈대) 벌크헤드(주요 뼈대) 등 각 생산구획별로 30명의 직원이 배치돼 각자가 맡은 분야의 부품을 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다. 비행기 후방 동체를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만든다고 밖엔 할 수 없었다.
보잉 737 맥스의 후방 동체, 이른바 섹션48이 아스트의 주력 부품이다. 보잉이 해당 기종 사고이후 감산 발표를 하면서 부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회사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스트의 섹션48은 미국 스피릿에 납품되고 다시 보잉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보잉이 감산을 발표했지만 스피릿의 입장은 다르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 항공기 수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로 항공사의 가장 수요가 많은 기종으로 여전히 주문량이 밀려 재고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아스트 설명이다. 스피릿에 섹션48을 납품하는 아스트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아스트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현재 당사 항공기 부품 생산 일정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 설립 초기 스트링거 제조를 시작으로 섹션48 납품까지 성장한 아스트는 한 번 더 도약에 나선다. 미국 트라이엄프그룹으로부터 엠브라에르 제2세대 'E-Jet' 항공기 동체 생산 사업권을 이양받아서다. 민항기 설계 기술 전체를 들여오는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다.
아스트 관계자는 "우리가 이양받은 권리는 단순히 기업 차원의 성취를 넘어 우리나라도 민항기 설계 기술 보유국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인양 받은 RSP 사업권,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스트가 올 3월 트라이엄프와 맺은 RSP(리스크 공유 프로그램) 사업권 양수 계약은 엠브라에르 제2세대 E-Jet 항공기의 중·후방 동체의 설계 권한과 기술 이전에 관한 것이다. 항공기의 설계와 양산은 물론 사후시장(에프터마켓)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번 사업권 인수로 아스트는 한 단계 도약에 성공했다. 협력업체에도 이른바 '급'이 나뉘는데 아스트는 단순 협력 업체(티어2)에서 핵심 협력 업체(티어1)로 올라섰다.
티어1은 동체의 개발 단계부터 핵심 구조물의 설계와 제작까지 참여한다. 물론 항공기의 동체 기술과 권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한다. 티어2는 단순히 설계도를 받아 물건을 만들어 납품한다. 이 경우 큰 그림에서 기술개발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권 인수로 기술력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 수익성 확보도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투자 부담이 있지만 관련 비행기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약이 유지돼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스트는 트라이엄프로부터 5년 이내의 모든 기술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영순 생산본부장은 "동체 하나를 만드는 데 40여개의 협력업체가 투입된다"며 "수많은 위험이 있어 한 회사가 책임질 수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RSP 사업권 인수로 티어1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아스트가 그만큼 실력이 훌륭하고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업권 인수 위해 유상증자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아스트가 이번 사업권을 양수받기 위해서는 1억1500만달러(약 1780억원)가 필요하다. 대금은 회사가 보유한 자금과 유상증자를 통해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000만달러(119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이달 말 중도금 5000만달러(594억원)과 오는 9월 잔액 5500만달러(653억원)를 납부해야한다.
아스트는 인수대금 납부를 위해 지난달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규모가 커 주식가치 희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금액은 958억 수준인데 이는 전날 기준 시가총액 1904억원의 50%에 달하는 수준이다.
김희원 대표는 "실적 증가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권 양수 이후 되돌려받는 금액도 상당하다. 항공 업계에는 보통 첫 비행기를 납품하면 사업권을 가져올 때 지불했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되돌려주는 관례가 있다는 것이다.
트라이엄프는 엠브라에르로부터 1억1500만달러(1367억원)에 사업권을 따냈다. 이 중 되돌려받는 금액은 7500만달러(891억원)다. 이 역시 아스트가 인수하는 사업권에 포함된다. 사업권 인수 이후 7500만 달러가 4년에 나눠 아스트에 들어오게 된다.
아스트 담당자는 "매년 4분기 약 250억원 규모로 들어올 예정"이라며 "기존에 동체를 납품할 때는 트라이엄프를 거쳐 엠브라에르에 납품하는 구조였지만, 현재 중간 단계인 트라이엄프가 빠지면서 납품 단가도 올라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동체 제작 위해선 다양한 협력 필요…일자리 많아
후방 동체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아스트를 포함해 국내외 40여 회사가 참여한다. 항공기의 겉면부터 안쪽의 동체 뼈대, 심지어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도 이들의 손길이 없다면 동체는 탄생하지 않는다. 항공기는 개발비가 많이 들고 사업적 위험을 회사 한 곳이 감당하기 어려워 다양한 협력사와 관계사를 두고 부품을 수주 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또 항공 산업은 제조공정상 자동화하기 어려워 사람이 직접해야 하는 작업이 많다. 아스트와 자회사 에이에스티지의 임직원은 2017년 말 471명에서 2018년 말 542명으로 늘었다. 사업 확장이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도 꾸준히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김희원 대표는 "정확한 숫자는 제시하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5년간 1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설계와 생산 분야의 엔지니어는 물론 경영과 통계 등의 지원부서 인력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기 제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국내 임금 수준이 높지 않고, 항공기 정비수리(MRO) 사업까지 함께 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기 제조업은 실적을 꾸준히 쌓아야 협력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규모도 확대된다"며 "글로벌 인력 비용 수준과 비교했을 때 국내가 여전히 비교 우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천=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스킨(항공기의 겉면) 스트링거(항공기의 뼈대) 벌크헤드(주요 뼈대) 등 각 생산구획별로 30명의 직원이 배치돼 각자가 맡은 분야의 부품을 조립하는 데 여념이 없다. 비행기 후방 동체를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만든다고 밖엔 할 수 없었다.
보잉 737 맥스의 후방 동체, 이른바 섹션48이 아스트의 주력 부품이다. 보잉이 해당 기종 사고이후 감산 발표를 하면서 부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회사에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스트의 섹션48은 미국 스피릿에 납품되고 다시 보잉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보잉이 감산을 발표했지만 스피릿의 입장은 다르다. 보잉 737 맥스는 보잉 항공기 수주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모델로 항공사의 가장 수요가 많은 기종으로 여전히 주문량이 밀려 재고를 쌓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 아스트 설명이다. 스피릿에 섹션48을 납품하는 아스트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미다.
아스트 관계자는 "시장의 우려와 달리 현재 당사 항공기 부품 생산 일정에는 변동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회사 설립 초기 스트링거 제조를 시작으로 섹션48 납품까지 성장한 아스트는 한 번 더 도약에 나선다. 미국 트라이엄프그룹으로부터 엠브라에르 제2세대 'E-Jet' 항공기 동체 생산 사업권을 이양받아서다. 민항기 설계 기술 전체를 들여오는 것은 국내에서 첫 사례다.
아스트 관계자는 "우리가 이양받은 권리는 단순히 기업 차원의 성취를 넘어 우리나라도 민항기 설계 기술 보유국이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인양 받은 RSP 사업권, 얼마나 대단하길래
아스트가 올 3월 트라이엄프와 맺은 RSP(리스크 공유 프로그램) 사업권 양수 계약은 엠브라에르 제2세대 E-Jet 항공기의 중·후방 동체의 설계 권한과 기술 이전에 관한 것이다. 항공기의 설계와 양산은 물론 사후시장(에프터마켓)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갖는다는 얘기다.
이번 사업권 인수로 아스트는 한 단계 도약에 성공했다. 협력업체에도 이른바 '급'이 나뉘는데 아스트는 단순 협력 업체(티어2)에서 핵심 협력 업체(티어1)로 올라섰다.
티어1은 동체의 개발 단계부터 핵심 구조물의 설계와 제작까지 참여한다. 물론 항공기의 동체 기술과 권한, 지적재산권을 보유한다. 티어2는 단순히 설계도를 받아 물건을 만들어 납품한다. 이 경우 큰 그림에서 기술개발에 참여하기가 어렵고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권 인수로 기술력 확보는 물론 중장기적 수익성 확보도 가능해졌다. 초기에는 투자 부담이 있지만 관련 비행기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계약이 유지돼 지속적으로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아스트는 트라이엄프로부터 5년 이내의 모든 기술을 들여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영순 생산본부장은 "동체 하나를 만드는 데 40여개의 협력업체가 투입된다"며 "수많은 위험이 있어 한 회사가 책임질 수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RSP 사업권 인수로 티어1으로 올라섰다는 것은 아스트가 그만큼 실력이 훌륭하고 신뢰도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업권 인수 위해 유상증자 "실적으로 보여주겠다"
아스트가 이번 사업권을 양수받기 위해서는 1억1500만달러(약 1780억원)가 필요하다. 대금은 회사가 보유한 자금과 유상증자를 통해 지급할 예정이다. 지난 3월 1000만달러(119억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했고, 이달 말 중도금 5000만달러(594억원)과 오는 9월 잔액 5500만달러(653억원)를 납부해야한다.
아스트는 인수대금 납부를 위해 지난달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이뤄진다.
시장에서는 이번 유상증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규모가 커 주식가치 희석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하는 금액은 958억 수준인데 이는 전날 기준 시가총액 1904억원의 50%에 달하는 수준이다.
김희원 대표는 "실적 증가로 시장의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권 양수 이후 되돌려받는 금액도 상당하다. 항공 업계에는 보통 첫 비행기를 납품하면 사업권을 가져올 때 지불했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되돌려주는 관례가 있다는 것이다.
트라이엄프는 엠브라에르로부터 1억1500만달러(1367억원)에 사업권을 따냈다. 이 중 되돌려받는 금액은 7500만달러(891억원)다. 이 역시 아스트가 인수하는 사업권에 포함된다. 사업권 인수 이후 7500만 달러가 4년에 나눠 아스트에 들어오게 된다.
아스트 담당자는 "매년 4분기 약 250억원 규모로 들어올 예정"이라며 "기존에 동체를 납품할 때는 트라이엄프를 거쳐 엠브라에르에 납품하는 구조였지만, 현재 중간 단계인 트라이엄프가 빠지면서 납품 단가도 올라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동체 제작 위해선 다양한 협력 필요…일자리 많아
후방 동체를 하나 만들기 위해서는 아스트를 포함해 국내외 40여 회사가 참여한다. 항공기의 겉면부터 안쪽의 동체 뼈대, 심지어 볼트와 너트 하나까지도 이들의 손길이 없다면 동체는 탄생하지 않는다. 항공기는 개발비가 많이 들고 사업적 위험을 회사 한 곳이 감당하기 어려워 다양한 협력사와 관계사를 두고 부품을 수주 받아 조립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또 항공 산업은 제조공정상 자동화하기 어려워 사람이 직접해야 하는 작업이 많다. 아스트와 자회사 에이에스티지의 임직원은 2017년 말 471명에서 2018년 말 542명으로 늘었다. 사업 확장이 예상됨에 따라 앞으로도 꾸준히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김희원 대표는 "정확한 숫자는 제시하기 어렵겠지만 앞으로 5년간 100명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설계와 생산 분야의 엔지니어는 물론 경영과 통계 등의 지원부서 인력도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기 제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국내 임금 수준이 높지 않고, 항공기 정비수리(MRO) 사업까지 함께 해 산업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항공기 제조업은 실적을 꾸준히 쌓아야 협력사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규모도 확대된다"며 "글로벌 인력 비용 수준과 비교했을 때 국내가 여전히 비교 우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차근차근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천=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