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두고도 정면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차이나 머니’를 앞세워 전 세계에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다른 나라를 빚더미에 빠뜨리는 부채 함정”이라며 일대일로를 공격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는 물론 유럽의 항만, 도로, 공항 등 인프라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단순 개발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중국의 세력 확장 전략에 가깝다. 작년 말 현재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국은 125개국, 프로젝트 건수는 173건에 달했다. 급격한 세력 확장의 원동력은 막대한 중국 자본이다.

하지만 중국과의 사업 과정에서 빚을 갚지 못해 인프라 운영권을 통째로 넘기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스리랑카가 약 10억달러의 중국 자금을 빌려 지은 남부 함반토바항 운영권이 중국에 넘어간 게 대표적 사례다. 몰디브도 중국에서 빌려 쓴 돈이 30억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달한다. 파키스탄은 일대일로 참여 여파 등으로 빚이 급증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달 취임하자마자 “아프리카 17개국이 (중국 사업과 관련해)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견제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007 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미얀마 정부가 중국 국영 시틱그룹과 체결한 73억달러짜리 프로젝트를 13억달러로 줄이도록 돕기도 했다. 호주, 일본과 연대해 아시아 저소득 국가의 인프라 개선에 600억달러를 지원하겠다는 ‘맞짱 프로젝트’ 구상도 내놨다.

중국은 ‘그래도 갈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다. 시 주석은 지난달 26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2회 일대일로 포럼’에서 미국의 비판에도 일대일로를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당시 미국은 포럼에 불참했다. 하지만 중국은 37개국 정상을 포함해 150여 개국에서 정상 또는 고위급 대표단 5000여 명을 끌어모아 ‘차이나 파워’를 과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