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다주택 "세금부담 줄이자"…법인화 러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13 대책 이후 법인 설립 급증
15억 2주택자 세금 따져보니
15억 2주택자 세금 따져보니
서울 강남에 10억원대 아파트 두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박모씨는 최근 부동산 법인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박씨는 “설립된 부동산 법인과 두 가구를 나눠서 보유하게 되면 1주택자가 되고 양도세와 보유세를 수천만원 절약할 수 있다고 들었다”며 “법인 설립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아지면서 다주택자와 고액 부동산자산가 위주로 부동산 법인 설립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 목적 부동산 법인 급격히 증가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신규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이 3151개 설립됐다. 규제가 강하지 않던 2017년 4분기(2161개)에 비해 10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점은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부터다. 작년 3분기에는 2297개 신설 부동산 법인이 세워졌지만 4분기 2957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의 부동산 거래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거래된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중에서 법인이 매입한 주택 비중이 늘어났다. 작년 1분기에는 전체 매입에서 법인·조합·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11.2%였지만 올해 1분기엔 21.9%였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인 명의로 주택을 사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법인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부과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 매도 시 2주택자는 기본 양도소득세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가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하지만 법인으로 보유하면 법인세(10~25%)가 적용된다. 법인이 주택을 매도해 양도차익이 발생할 때 10%포인트의 추가 부담이 있지만, 고가주택일수록 양도세 부과에 적용되는 기본세율보다 훨씬 낮아 유리하다. 개인의 양도세 기본세율은 6%(양도차익 1200만원 이하)~42%(양도차익 5억원 초과)고, 법인세는 10%(2억원 이하)~25%(200억원 초과)로 돼 있다. 가령 1억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2주택자는 기본 양도소득세 35%에 10%포인트가 중과돼 45%를 부담하지만 법인의 경우 기본 법인세 10%에 10%포인트가 중과돼 20%만 부담하면 된다.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3주택자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두 가구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과세율이 크게 높아진다. 보유아파트의 합산 가격이 높아질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주는 액수도 차이 난다. 결국 법인을 세워 분산 소유하면 보유세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용건 법률사무소 대진 변호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에서 15억원의 아파트 두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보다 법인 명의로 분산 소유하고 있을 때 연간 25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또 구멍”
물론 법인화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세금 종류, 법인 유지시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세제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5년 미만의 법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취득세가 중과되는 사례가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시기, 지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법인이 급증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제도를 이용해 절세를 하는 사람들을 욕할 수는 없지만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런 허점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실수”라며 “앞으로 법인화가 절세수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화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인화가 되면 부동산 자금의 흐름이 투명화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법인화 규제는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금을 계속해서 높인들 다주택자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에 앞서 공급 증가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
부동산 관련 세금이 높아지면서 다주택자와 고액 부동산자산가 위주로 부동산 법인 설립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으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세 목적 부동산 법인 급격히 증가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신규 부동산 법인 설립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올해 1분기 부동산 법인이 3151개 설립됐다. 규제가 강하지 않던 2017년 4분기(2161개)에 비해 1000개 가까이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시점은 지난해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 이후부터다. 작년 3분기에는 2297개 신설 부동산 법인이 세워졌지만 4분기 2957개로 급격히 늘어났다.
부동산 법인의 부동산 거래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토지·건물 정보플랫폼 밸류맵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거래된 서울 단독·다가구 주택 중에서 법인이 매입한 주택 비중이 늘어났다. 작년 1분기에는 전체 매입에서 법인·조합·지방자치단체가 차지하는 비율이 11.2%였지만 올해 1분기엔 21.9%였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서 법인 명의로 주택을 사서 규제를 피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말했다.
법인화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조정대상지역에서 부과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주택 매도 시 2주택자는 기본 양도소득세에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가 중과된다.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된다.
하지만 법인으로 보유하면 법인세(10~25%)가 적용된다. 법인이 주택을 매도해 양도차익이 발생할 때 10%포인트의 추가 부담이 있지만, 고가주택일수록 양도세 부과에 적용되는 기본세율보다 훨씬 낮아 유리하다. 개인의 양도세 기본세율은 6%(양도차익 1200만원 이하)~42%(양도차익 5억원 초과)고, 법인세는 10%(2억원 이하)~25%(200억원 초과)로 돼 있다. 가령 1억원의 양도차익을 얻는 2주택자는 기본 양도소득세 35%에 10%포인트가 중과돼 45%를 부담하지만 법인의 경우 기본 법인세 10%에 10%포인트가 중과돼 20%만 부담하면 된다.
종합부동산세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 3주택자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에서 두 가구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과세율이 크게 높아진다. 보유아파트의 합산 가격이 높아질수록 그 차이는 커진다. 과세표준에서 공제해주는 액수도 차이 난다. 결국 법인을 세워 분산 소유하면 보유세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조용건 법률사무소 대진 변호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에서 15억원의 아파트 두 가구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보다 법인 명의로 분산 소유하고 있을 때 연간 25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 또 구멍”
물론 법인화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다. 세금 종류, 법인 유지시기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세제 규모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사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에서 5년 미만의 법인이 부동산을 매입할 때 취득세가 중과되는 사례가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시기, 지역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어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법인이 급증하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에 구멍이 뚫리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제도를 이용해 절세를 하는 사람들을 욕할 수는 없지만 다주택자 규제를 강화하면서 이런 허점도 파악하지 못한 것은 정부의 실수”라며 “앞으로 법인화가 절세수단이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법인화 자체를 비판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법인화가 되면 부동산 자금의 흐름이 투명화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법인화 규제는 과잉 규제”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세금을 계속해서 높인들 다주택자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다주택자 규제에 앞서 공급 증가를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