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 등 강제치료 쏙 빠진 중증 정신질환자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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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조현병 등 50만명 관리
24시간 정신건강 응급팀 설치
요원 1인당 관리대상 60→25명
시·군·구 중심 '행정입원' 유도
24시간 정신건강 응급팀 설치
요원 1인당 관리대상 60→25명
시·군·구 중심 '행정입원' 유도
잇따른 정신질환자 범죄에 보건당국이 전국 17개 시·도에 24시간 정신응급 대응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전국 시·군·구에 세워진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확충한다. 하지만 법원 등이 입원을 결정하는 사법입원제도 도입 방안이 빠진 데다 구체적 예산규모도 확정되지 않아 알맹이 빠진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정신건강복지인력 확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신질환자 지원 우선 조치방안 브리핑을 열고 “내년까지 시·도 광역센터에 정신질환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24시간 대응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응급개입팀은 정신질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경찰 등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전문요원이다. 전국 시·군·구에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센터가 평일 주간에만 운영돼 야간, 휴일에는 대응이 어려웠다. 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응급 정신질환자를 24시간 진료하는 정신응급의료기관도 지정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추가 진료비도 준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당초 2022년까지 785명을 충원하려던 계획을 당겨 내년까지 인력 충원을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센터 요원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를 60명에서 25명으로 낮출 계획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설립 계획이 없는 시·군·구 다섯 곳에는 올해 안에 센터를 열 계획이다.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낮 동안 치료받을 수 있는 낮병원 운영도 지원한다.
국가책임 빠진 재탕 정책 비판
복지부가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서는 근본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당시 추진하겠다고 했던 사안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중증정신질환 치료의 핵심인 입원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실망스럽다”며 “정신질환 특성상 치료 지원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 확대보다 치료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토대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사법입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중증 정신질환자다. 국내 조현병 조울증 등을 앓는 중증 정신질환자 50만 명 중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환자는 33만 명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도별로 설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지자체 예산에서 센터 운영 비용을 맡다 보니 인력을 충원하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당초 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중증 정신질환자 국가책임제’를 추진하려 했지만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빠졌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정신질환 문제를 복지시스템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계를 인정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의 틀을 바꾸는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5일 정신질환자 지원 우선 조치방안 브리핑을 열고 “내년까지 시·도 광역센터에 정신질환 응급개입팀을 설치해 24시간 대응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응급개입팀은 정신질환자에게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경찰 등과 함께 현장에 출동하는 전문요원이다. 전국 시·군·구에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센터가 평일 주간에만 운영돼 야간, 휴일에는 대응이 어려웠다. 복지부는 하반기부터 자·타해 위험이 있는 응급 정신질환자를 24시간 진료하는 정신응급의료기관도 지정할 계획이다. 이들에게 추가 진료비도 준다.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인력도 늘릴 계획이다. 당초 2022년까지 785명을 충원하려던 계획을 당겨 내년까지 인력 충원을 마무리한다. 이를 통해 센터 요원 한 명이 돌보는 환자 수를 60명에서 25명으로 낮출 계획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설립 계획이 없는 시·군·구 다섯 곳에는 올해 안에 센터를 열 계획이다. 퇴원한 정신질환자가 낮 동안 치료받을 수 있는 낮병원 운영도 지원한다.
국가책임 빠진 재탕 정책 비판
복지부가 정신질환자 조기 발견과 치료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의료계서는 근본대책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당시 추진하겠다고 했던 사안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은 “중증정신질환 치료의 핵심인 입원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는 수준에 머물러 실망스럽다”며 “정신질환 특성상 치료 지원을 위한 인력과 인프라 확대보다 치료를 강제하기 위한 법적 토대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했다. 사법입원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의료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1% 정도가 중증 정신질환자다. 국내 조현병 조울증 등을 앓는 중증 정신질환자 50만 명 중 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환자는 33만 명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도별로 설치한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지자체 예산에서 센터 운영 비용을 맡다 보니 인력을 충원하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당초 복지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해 ‘중증 정신질환자 국가책임제’를 추진하려 했지만 예산 문제 등의 이유로 빠졌다.
국내 한 대학병원의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후 정신질환 문제를 복지시스템으로 해결하려 하다 보니 다양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한계를 인정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의 틀을 바꾸는 고민부터 해야 한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