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 "인수 연기·취소, 의제 아니다" 재확인
"확정된 것 없다"며 여지 두기도…美하원 '터키에 F-35 공급제한' 법안 공개
美·터키 '러 S-400 도입'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팽팽'
미국의 강력한 압박에도 터키는 현재로선 러시아 S-400 방공미사일 인수를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재확인했다.

미국 하원에서는 터키에 F-35 전투기 공급에 제동을 거는 법안 초안이 마련됐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앙카라에서 "현재 단계에서 (S-400 인수) 연기나 취소 같은 일은 없다"고 취재진에 밝혔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 부분은 의제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 등은 터키가 미국의 새로운 요청에 따라 7월로 잡힌 S-400 미사일 인수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익명의 미국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터키 당국자가 계획에 변화가 없다며 보도를 부인한 데 이어 이날 외무장관도 그러한 내용을 거듭 확인했다.

미국은 터키가 S-400을 도입하면 미국의 첨단 F-35 전투기에 위협이 된다는 이유를 들어 터키에 S-400 계약을 철회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터키는 F-35 국제공동프로젝트의 일원으로 부품 일부를 생산하고 있고, 앞으로 F-35 100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美·터키 '러 S-400 도입'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팽팽'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서방 동맹국은 S-400과 F-35가 같은 군대에 의해 동시에 운용된다면 S-400의 레이더가 F-35의 위치를 확인·추적하는 노하우를 축적하게 된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 인사들은 이러한 논리를 들어 터키가 S-400 도입을 끝내 강행하면 F-35 프로젝트에서 방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터키는 이에 대해 미국의 기술적 우려를 해소할 실무회의를 구성하자고 올 초부터 제안했다.

블룸버그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당초 터키의 제안에 부정적이었지만, 최근 실무회의 구성안을 논의하는 대신 S-400 미사일 인수를 연기하라고 터키에 역제안을 내놨다.
美·터키 '러 S-400 도입'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팽팽'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 양측이 실무회의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S-400 미사일 인수 연기는 의제가 아니라고 못박았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러면서도 "논의가 계속되고 있고,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은 없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우리는 실무회의가 어떻게 운용될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면서 "이 부분을 합의하면 실무회의 구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S-400 미사일 인수 시기를 두달가량 남긴 상황에서 양측이 치열한 물밑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전날(미국동부 현지시간) 미국 하원 국방위원회 예산소위원회는 터키에 F-35를 공급하는 데 제동을 걸 수 있는 법안의 초안을 공개했다.

F-35 인도에 필요한 각종 정부 예산 지출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美·터키 '러 S-400 도입'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팽팽'
미국이 터키의 S-400 미사일 도입을 무산시키려 매달리는 것은 F-35에 위협이 된다는 표면적 이유 외에 S-400 '인기'를 차단해야 한다는 실리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정설이다.

S-400 미사일은 국제 시장에서 '경쟁' 상대인 미국의 패트리엇 미사일방어시스템보다 훨씬 저렴하면서 성능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터키 소식통은 연합뉴스에 "S-400 도입에 관심이 있는 10여개국이 미국과 터키의 기싸움을 주시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터키의 S-400 도입을 용인하면, S-400을 도입하려는 줄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