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졸릭 전 세계은행 총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향해 단 한 번의 노력이나 무역전쟁으로 미중 관계를 재설정할 수 없다면서 중국에 대한 다른 접근법을 촉구했다.

중국과의 무역 합의에 만족해서도, 또 그렇다고 중국과 신냉전에 빠져서는 안 되며 다면적 전략과 지속적인 관여로 중국이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압박하라는 것이 주문의 요지다.
졸릭 "中과 단번에 관계재설정 못해…'책임있는 행동' 압박해야"
졸릭 전 총재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바 있다.

졸릭 전 총재는 1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을 통해 미국의 중국에 대한 불만을 무역·투자와 관련한 중국의 호혜성 부족, 국영기업 보조금 지급을 포함한 중국의 국가 자본주의가 낳는 불공정한 경쟁, '중국제조 2025'에 대한 우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의구심, 덩샤오핑(鄧小平)이 채택했던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의 포기, 중국 당국의 사회 통제를 위한 기술 악용 등 6가지로 집약된다고 밝혔다.

졸릭 전 총재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무역적자(해소)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에 대한 관세부과는 이런 6가지의 불만과 부조화를 이룬다"면서 "단 한 번의 노력이나 무역전쟁이 미중관계를 다시 만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와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동맹'은 "(중국과의) '노딜'(no deal)이 6가지 문제를 모두 다룰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고 그들은 중국과의 영속적인 대결과 경제적 분리(decoupling), 새로운 냉전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졸릭 전 총재는 "한가지 대안이 있다"면서 이는 자신이 이미 2005년에 주장한 것이라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책임 있는 당사자가 될 것과 이에 걸맞은 중국의 행동'을 재차 강조했다.

또 "미국은 중국에 앞서기 위해 전 세계 우방들과 함께 협력해야 하고 실행 가능한 글로벌 규칙을 설정해야 한다"면서 "미국은 중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지만 매력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행동을 바꾸기 위한 중국 내 개혁세력과의 공조도 주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탈퇴를 선언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와 관련해서도 "미국이 다시 가입에 서명하면, 다른 국가들도 추가로 참여할 것"이라면서 이는 중국에 대한 레버리지(지렛대)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