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미압박 강화·우군확대 행보에 한미공조 재확인…방위비 압박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하순 일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기로 함에 따라 북핵 문제 등 한미 현안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최근 북한의 심상찮은 행보 속에 이뤄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결정은 교착 상태인 북미협상의 궤도이탈을 방지하고 한미 간 공조를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빅딜' 대 '단계적 접근'으로 대치 중인 북미협상의 재개를 촉진할 방안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2020년 재선 가도에서 불거질 수 있는 '북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트럼프 대통령의 주된 관심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을 위한 노력에 대해 긴밀한 공조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열리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대북 대응이 가장 중요한 의제임을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이 이달 초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등을 연달아 쏘아 올리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어 자칫 북미협상이 궤도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군사적 압박 행보가 계속돼 2020년 재선 가도의 안보이슈로 돌출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될 형편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문 대통령과의 논의를 통해 북미협상 촉진을 위한 돌파구를 확보하거나 최소한 북한의 추가 압박 행보를 견제·관리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은 마침 미국 민주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첫 대선주자 토론회를 열면서 미국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대선 레이스에 접어드는 시점과 맞물린다.
자연스럽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대응에도 야당 대선주자들의 화력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는 점이 방한 결정에 고려됐을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이란과 중국, 베네수엘라 등으로 한껏 대치 전선을 확대한 상황에서 치적으로 삼아온 북미협상에서만큼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문 대통령 역시 G20에 참석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방한 일정을 따로 잡은 데는 한미 간 대북 공조를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첫 회담을 갖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을 통한 북중정상회담을 추진하면서 대미 지렛대 확대를 도모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 역시 한미 간의 대북 공조를 재확인하며 김 위원장의 행보를 견제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정부도 G20 참석 등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을 찾는 계기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으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 공조 이외에도 여러 양자 현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증액 문제를 직접 꺼낼지가 관심사다.
현재 한미방위비분담금 특별협정은 유효기간이 1년이라 올해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캠페인의 일환으로 한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을 한층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세 등에서 한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밖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온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통상 분야에서 한국 기업의 대미투자나 미국 제품 수입 확대 등을 위한 방안도 꺼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