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톰보이의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
신세계톰보이의 ‘스튜디오 톰보이(Studio Tomboy)’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비디비치, 연작 등 화장품 부문에서 '서프라이즈'를 보인데 이어 올 상반기 패션 부문까지 실적을 성장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생활용품 부문으로 호실적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16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연결기준 각각 3659억원과 292억원을 기록해 20.2%, 146.7% 증가했다. 지난해 조단위 매출을 기록한 패션 대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두자릿수 증가율이다. 패션 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며서 국내 업체들의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상황이다.

눈여겨 볼 점은 신세계인터내셔날 호실적의 시작은 그룹의 모태인 패션이 아니라 화장품이 이끌었다는 점이다. 올해 초 중국 SNS인 웨이보에서는 이 업체 대표 화장품인 비디비치의 웨이보지수가 전년대비 120배 이상 폭증했다. 웨이보지수는 포스팅 뷰와 '좋아요' 수, 공유, 검색량 등을 웨이보만의 계산방식으로 산출하는 지수로 현재 화제가 되는 이슈와 트렌드를 한눈에 보여준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와 연작의 성공이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중국 밀레니엄 세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 밀레니엄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고품질의 산전, 산후 케어 제품을 찾는 경향이 짙어졌고 중국 소비자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한국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비디비치를 비롯해 딥디크 등 자체 브랜드와 수입 화장품 매출이 고루 성장해 화장품 매출에서만 9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국내 여성복 브랜드 매출도 증가했고 JAJU 매장 출점으로 라이프스타일 매출도 4~5%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자회사인 톰보이도 정상가 판매율을 회복하며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

증권사들도 잇달아 신세계인터내셔날을 약진을 분석하고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원가율이 낮은 화장품 사업 부문의 이익 기여가 절대적으로 높아지면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드라마틱하게 개선되는 추세이고 패션 브랜드나 JAJU 등에서도 실적 회복세가 지속될 전망으로 여전히 업종 내에서 성장성이 돋보인다"며 "19~20년 실적 추정치를 대폭 상향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 화장품 실적 증가세는 비디비치의 신제품 효과가 더해졌을 뿐만 아니라 수입 화장품 부문에서도 고르게 성장하는 것으로 매출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기대하지 않았던 패션 부문에서도 할인율이 축소되면서 매출이 회복세를 띠는 것으로 보여 패션 부문의 실적 가정치를 다시 제고해야 한다"고 성장세에 힘을 실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패션부문 비수기 진입을 고려해야 하지만 화장품 부문의 성장세는 계속 이어지는 중"이라며 "패션 등 히트상품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 내년부터 수익성이 추가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의 호실적을 이어가기 위해선 신규 브랜드 판권 확보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허제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향후 몇 개의 신규 브랜드 판권을 추가 확보하느냐도 실적 성장세의 관전 포인트"라며 "향수는 소비자 개성을 나타내는 아이템으로 유행을 타는 특성을 보여 신규 브랜드 매출을 더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신여자대학교 뷰티생활산업국제대학 학장인 김주덕 교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호실적은 사실상 중국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며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전에 비해 중국에서 주춤한 틈을 타 비디비치와 연작이라는 제품으로 중국 소비자 공략을 잘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실적 성장을 계속 이어가려면 비디비치와 연작에 이은 후속타가 나와야 하는 게 매우 중요하고 패션이나 생활용품까지도 왕홍과 연계한 마케팅을 고려해야 한다"며 "다양한 제품보다 한 두 품목에 집중하면서 고가정책을 잘 유지하면 지금의 인기에 신뢰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패션으로 사업을 시작해 리빙과 뷰티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특히 패션은 회사의 모태가 되는 사업인 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규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자체 브랜드는 글로벌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인 소비자들이 연작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중국인 소비자들이 연작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선 모습 [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